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칼럼]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 교사가 수업하고 있는데도 보란 듯이 잠을 자거나 학생들끼리 웃고 떠든다. 핸드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시시덕거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교사를 능멸하는 언사도 서슴지 않는다. 여교사에게 던지는 말들은 듣기조차 민망하다. 연애해 봤느냐, 임신은 어떻게 하는 거냐, 애는 어떻게 낳는 거냐는 등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고는 키득거린다. KBS에서 방영한 ‘체벌이 없어진 이후의 교실’ 풍경이다.

물론 모든 학교가 이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과 상자의 사과 하나가 썩었다면 다른 사과도 썩었거나 썩어가고 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눈으로 학교의 실태를 바라보라고 한다. 학생의 이런 무례한 언행을 더욱 부추기는 것에 학생인권조례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학생을 소중한 한 인간으로 대하자는 좋은 취지의 내용보다 그릇된 언행도 교사가 제재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왜곡 해석된 내용이 더 많다는 것이다.

교사는 이제 학생을 지도하기가 두렵기까지 하다. 짙은 화장을 한 여학생을 지도하다가 머리채를 잡힌 여교사, 숙제해 오지 않는 것을 지도하는 담임교사에게 삿대질하며 대드는 중학생, 담배 피우는 것을 제재한 교감을 폭행하는 고등학생 등의 교실 풍경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학부모도 가세하고 있다.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자기와 맞지 않는 교육 행위가 행해지면 득달같이 쫓아와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으며 어지러운 민원으로 망연자실하게 하거나 자괴감에 지치게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용어상의 대접이나마 받고 싶은 생각은 이제 없다. 다만 교사로서 제대로 수업을 하고 싶을 뿐이고 비뚜로 가는 학생을 바르게 가르치고 싶은 것뿐인데 이마저도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어서 빨리 일정 연한을 채워 조기 명예퇴직 하는 게 꿈인 교사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미 이에 해당된 교사는 날아갈 것 같다는 소감을 스스럼없이 밝히고 있다.

어쩌다가 학교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가장 큰 요인으로는 가정에서의 교육적 체벌마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 것을 꼽는 사람이 많다. 한두 명밖에 낳지 않은 자식이 매우 귀하기는 하지만 수염 잡던 아이 상투 잡는 격이 되었다. 매와 꾸지람은 지혜를 얻게 만들어 주지만 내버려 둔 자식은 그 어머니를 욕되게 한다고 성경에 적시되어 있다. 어디 어머니뿐이랴! 아버지를 욕되게 하고 교사를 욕되게 하고 모든 지도자를 욕되게 한다.

자식을 너무 사랑해서 도저히 매를 댈 수 없다고 하는 부모에게 한 교육학자는 ‘아이의 도덕적인 성장에 필요한 좋은 것을 우리 마음대로 빼앗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아이를 적극적으로 미워하는 일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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