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선 화가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깊은 밤이다. 거실 한 쪽에 놓인 도자기 분수에서 테니스공 보다 조금 큰 돌이 물 위를 구르며 내는 소리다. 나는 이 물 소리가 돌돌돌 흐르는 시냇물 소리 같아 참 좋다.

근래에 들어서 밤 12시를 넘기지 못하고 몸의 피로뿐만 아니라 변화도 감지하고 있다. 몸의 다른 부위는 차치하고라도 눈에서 느끼는 세월은 서글프다. 하루 종일이라도 했던 책 읽기는 이제 눈의 피로와 안구 건조증으로 고통스럽기도 하다. 눈을 깜박일 때 마다 모래알이 낀 것처럼 까실까실하고 아프다.

나이 먹는다는, 아니 젊음을 잃어가고 있다는 현실 앞에 내가 이렇게 빨리 서 있게 될 줄 몰랐다. 세월은 나를 비껴서 갈 거라고 생각이라도 한 것인가.

책을 읽으며 새벽의 그 여명을 얼마나 가슴 벅차게 맞이하곤 했던가. 그렇게 온 밤을 새워 책을 읽어도 생활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불혹의 나이를 넘기면서부터 해마다 달라지는 몸의 변화를, 그까짓 나이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 변화를 부정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이 세월 운운하며 예전과 같지 않은 자신의 몸을 말할 때 마음속으로는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벌써부터 저리 호들갑인가 싶어 웃어넘기곤 하였다.

잘 정돈된 삶만으로도 단아하고 은은한 향기가 몸으로 베어나는 아름다울 수 있는 지금의 내 나이. 건강하고 싶다. 건강하게 살아서 보고 느끼고 사고하면서 순간순간 감사한생활, 이것이 주는 희열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짧다할 수도, 그렇다고 길다고 할 수도 없는 사람의 한 평생. 이미 반환점을 돌아 종착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 내 인생. 변화, 이것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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