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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앞 못 보는 피아니스트에게신홍균 문화·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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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7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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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균 문화·제2사회부장] 지난 2012년 10월 열린 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초청작으로 '터치 오브 라이트'라는 영화가 상영됐다.

 대만의 장영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맹인으로 태어났지만 가족의 이해와 보살핌 속에서 음악에 재능을 보인 피아니스트 황유상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장면을 목도한다.

 실제 인물 황유상이 무대에 올라 영화의 감동을 넘어서는 생생한 피아노 연주를 직접 들려준 것이다.

 보다 가까운 일본에는 현재 30대 초반인 젊은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가 있다.

 시종일관 온몸을 흔들며 연주하는 그의 이름 앞에는 '전맹'(全盲·total blindness)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의학적으로 시력이 '0'이며 빛을 지각하지 못 하는 시각장애를 전맹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츠지이는 생후 8개월 쯤 스타니슬라프 부닌이 연주한 쇼팽의 피아노곡 '영웅 폴로네즈'에 맞춰 손발을 움직여 어머니를 놀라게 했다.

 두 살이 조금 지났을 때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친이 부엌에서 요리하며 징글벨을 콧노래로 부르자 츠지이는 장난감 피아노에서 음을 찾아내 반주를 했다.

 다섯 살 때 하와이 가족 여행 중에는 쇼핑몰에 있는 피아노로 즉석에서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곡을 연주해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가정에서 가장 훌륭한 교육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타고난 음감에 더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존감은 물론 자신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여유 등이다.

 지난 25일 오후 청주 동부창고 34동 다목적홀에서는 맹학교 출신인 신재령씨의 피아노 독주회가 열렸다.

 신씨 역시 앞을 거의 보지 못 하는 시각장애인이다.

 무대에 오르기도, 관객에게의 인사도 옆에서 방향을 잡아줘야 정확히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신씨는 바흐의 '평균율 프렐류드와 푸가 f단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 쇼팽의 '스케르초 2번', 쇼스타코비치의 '24개의 프렐류드 중 2번',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등을 난이도를 높여가며 거침 없이 연주했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신씨의 연주에 화답했다.

 두 눈이 멀쩡한 이들을 능가할 정도였던 신씨의 연주를 보고 들으며 필자의 머리 속을 맴돌던 생각은 '건반 위치 같은 게 손에 익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을까'였다.

 누구보다 많은 고생을 했을 신씨의 모친 이정화씨는 딸의 첫 독주회를 상기된 얼굴로 바라봤고 행사장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신씨도 앞서의 두 사람처럼 타고난 음감에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의 도움으로 대학 3학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독주회를 가졌다.

 그러나 자신은 대학 1학년 때 가장 심했던 슬럼프를 올해 극복했다고 했지만 아직 살아갈 날이 많기에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부디 신씨가 지금처럼 장애를 딛고 음악가로서의 삶을 계속 탄탄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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