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사도 바울은 성경의 인물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 변화라는 것이 좋은 쪽의 변화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굴러들어온 복을 이렇게 넝쿨 째 차버릴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바울은 본래 유대 랍비 ‘가말리엘’의 제자였다. 가말이엘은 당시 랍비 중에서도 참으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라반’이란 칭호로 불린 사람으로 유명하다. 바울이 자신을 가말리엘의 제자로 소개했을 때에는 그 경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바울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바울은 로마 시민권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이 로마 시민권이 얼마나 대단하고 특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다른 의견들이 있긴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아무나 쉽게 받을 수 있었던 권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처럼 당시 바울의 삶은 일반적인 유대인들의 삶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또한 경제적으로도 참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스스로 주장하는 다메섹으로 가던 길에서 체험한 신비한 경험 이후 그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바울은 스스로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민족인 유대인들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바울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이를 듣던 유대인들을 그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듣다가 소리 질러 이르되 이러한 자는 세상에서 없애 버리자 살려 둘 자가 아니라”(행 22:22)

바울 자신도 자신의 변화된 삶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 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고후 11:23-27)

그럼 바울의 변화는 참으로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바울 자신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의라”(빌 3:8-9)

우리는 흔히 무엇인든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이 바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울의 삶을 그의 환경으로만 따져본다면 그는 젊은 시절 소위 ‘잘 나가던’ 인생이었는데, 한 번의 특별한 경험을 통해 인생을 망친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바울은 오히려 이전까지의 삶이 배설물과 같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인생이며 예수를 만난 그 특별한 경험 이후의 삶이 진정 의미 있는 삶이라고 고백한다.

내 인생의 가치란 세상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이란 여러 기준을 통해서 1등부터 꼴찌까지 등수를 매길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내 자신의 인생의 가치나 행복의 척도를 이런 등수놀음으로 확인하려고 노력하는가? 사람들이 무엇이라 말하던 상관없다. 오히려 내 자신이 스스로의 인생의 가치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조건이 내게 주어진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배워야할 진짜 삶의 지혜는 내 인생의 참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지혜이다. 그 가치를 지켜 낼 수 있는 믿음과 용기이다. 이와 같은 삶의 지혜와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세상이 정해준 기준을 넘어서 진짜 내 인생의 방향과 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정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 우리가 바라는 인생의 행복이 있음을 기억하라. 인생은 곧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진짜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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