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는 공직자는 그 누구보다 높은 청렴도를 지녀야 한다.

그것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자신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 즉 공익에 쓰도록 받았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공공기관 비리 적발 소식을 접하는 국민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 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강도 대책을 내 놓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고 있다.

이번에는 공공기관에 재직하던 중 부패행위로 면직된 공직자 가운데 규정을 어기고 다른 공공기관이나 직무와 관련된 민간기업 등에 재취업한 이들이 대거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해 하반기 비위 면직자 취업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패방지권익위법'의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해 재취업한 비위 면직자가 29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점검은 2013년 7월부터 지난 해 6월까지 부패행위로 면직된 공직자 173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주요 위반 사례 또한 각양각색이다.

인천광역시에서 면직된 A씨는 퇴직 전 소속부서와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던 업체의 모회사에 재취업했다.

전남테크노파크에서 면직된 B씨는 퇴직 전 소속 기관에서 사업비 출연과 무상 임대 계약을 체결했던 기관에 재취업했다.

한국우편산업진흥원에서 면직된 C씨는 퇴직 전 소속 부서에서 발송 등을 맡겼던 업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면직된 D씨는 퇴직 전 소속 부서에서 용역 변경 계약을 체결한 업체에 각각 재취업했다.

경남 거제시, 광주광역시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한국전력공사에서 면직된 E·F·G·H 씨는 퇴직 전 소속 부서에서 공사 계약 등을 여러 건 체결했던 업체에 각각 재취업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상 직무와 관련된 부패 행위로 당연퇴직, 파면·해임된 공직자 등은 공공기관, 부패행위 관련 기관, 퇴직 전 5년 간 소속된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 기업 등에 5년 간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자신이 재직하던 공직을 떠나 산하 기관 또는 일반 기업에 전관예우 대접을 받으며 재취업한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처럼 각종 비리를 저지른 전직 공무원들이 버젓이 재취업했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후 감시망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의 장은 비위 면직자가 취업제한 기간인 5년 동안 취업제한 기관에 취업했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권익위가 비위 면직자 관리를 위해 매년 두 차례 취업 실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 어느 정권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함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의 인사 관리 시스템에 누수가 있는지 다시금 고삐를 죄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부정사례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사전취업심사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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