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원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 전문강사

 

[기고] 백가원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 전문강사

 

굳이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유명한 말이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은 율법학자에게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인의 예를 들어 가르침을 줬던 일이다.

2019년 늦은 봄, ‘마라톤 도중 쓰러진 시민 생명 구한 사회복무요원’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공원녹지사업소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무요원이 길 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던 한 마라톤 대회 참가자를 발견했고 그는 골든타임을 떠올리며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해 대회 참가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사회복무요원은 "사회복무교육 중 받은 응급처지 이론과 실습이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남은 복무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는 내용도 감동이지만,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여섯 글자도 그렇고 사회복무연수센터에서 매주 천 명씩 만나보는 사회복무요원들 때문이기도 하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접할 때 사회복무연수센터에 출강하는 강사들이 매주 하는 강의가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전해지고 그리고 결국에는 사회복무요원을 통하여 국민에게 소중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강사로서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뉴스의 주인공인 사회복무요원은 전국 6만 2천여 명 중 한 명이다. 그리고 매년 3만 8천여 명 교육생 중의 한명이다. 흔히 쓰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처럼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사회복무요원은 정말 많다. 사회의 빛과 소금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회복무연수센터는 강사들에게 녹록치 않은 곳이다. 20대 사회복무요원들의 왕성한 에너지와 지적 탐구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곳이다. 사실 사회복무요원들이 많은 시간 강의실에 앉아서 4박 5일간의 교육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사회복무연수센터는 강사로서 그 어느 곳보다도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치열한 교육의 현장이다.

대한민국 사회복무요원은 각 분야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회복지, 보건의료, 사회 안전, 교육문화, 행정 분야에서 복지센터, 요양원, 아동지역센터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서 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병역의무를 하고 있지만 사회복무요원의 노고를 생각하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회복무요원들과 부딪히며 소통하며 공감하면서 우리도 몰랐던 일에 놀랍기만 하다.

2018년 3월부터 시작된 강사의 길을 걸으며 더 흥미롭게, 더 재밌게 기억에 남는 강의가 될 수 있을까, 강의가 과연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과 걱정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교육생 만족도에 좌절하고 기뻐하면서 매주 한주 한주는 기대와 고민으로 얼룩진다. 많은 생각과 고민으로 신경성 불면증과 인후염까지 겹쳐서 목소리도 안 나와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더 나은 강의를 위해 매번 강의안을 뜯어고치며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했을 때, 기대하지 않던 교육생의 위로의 말 한마디에 위안을 삼는다. 강사들의 마음은 똑같다.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보는 강의 과목을 통해 교육생들을 더 깊이 알아갈 수 있게 되면서, 이들에 대한 애정도 생겼다.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인생선배로서 사회선배로서 말해주고 싶다.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의 시기, 삶의 방향과 진로에 대해 고뇌했던 그 수많은 시련의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어떠한 노력과 마음을 먹었노라고 말이다.

우리 사회복무요원들 중에는 자신감과 자긍심이 부족한 친구들도 많다. 복무기관에서 일할 때, 칭찬받기 보다는 지적 받거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풀 죽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할 때마다 남일이 아닌 듯하다. 그 모습에 나의 과거 모습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뿌린 것은 사회복무요원들의 마음에 아주 작은 ‘점’일 수 있지만, 그 점이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서 그들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다른 이에게도 힘이 되는 튼튼한 나무가 되기를. 그 작은 씨앗 같은 점이 나무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종종 메마른 땅에 그들 스스로가 물을 주어야 할 때도 있음은 분명하다. 강의를 마친 후, 조금 더 진지해진 눈빛을 대할 때나 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들을 쏟아낼 때 우리는 사회복무요원의 눈동자에 깃든 가능성을 엿본다. 이렇게 작은 변화를 위해, ‘국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무요원 양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297명의 강사들과 33명의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 직원들, 그리고 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 6만 2천여 명의 사회복무요원들의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나는 존재할 가치가 있고, 잠재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사회복무요원들 모두가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붓을 들어, 너의 마음에 점을 찍을 준비를 한다. 이 땅의 사회복무요원의 노고와 헌신에 고마움과 삶의 희망을 느끼면서 착한 사마리아인 같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청춘(靑春)들이 자신의 인생에 푸름 가득한 앞날 활짝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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