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우려했던 한국경제의 실상이 하나 둘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입이 동시에 줄고 고용여건 또한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있을 때마다 국제경기흐름을 빗대어가며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고 분석했던 정부가 처음으로 경기전망을 수정했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제시했다. 불과 6개월 전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또한 2.4∼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또한 지난해 12월 발표보다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특히 경상 GDP 증가율 전망은 3.9%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올해 소비와 투자 전망치도 낮췄다. 민간소비 증가예상율은 2.4%로 직전 전망(2.7%) 때보다 0.3%포인트 낮다.

기업들의 경기흐름을 살피는 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설비투자는 -4.0%를 제시했다. 작년 말에는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감소로 판단을 바꿨다. 건설투자는 -2.8%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 -2.0%보다 감소 폭이 컸다.

정부는 대외여건 악화로 투자와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효과와 투자·수출 활성화 등 활력 제고 노력을 반영해 내 놓은 전망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기조에만 올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방식이 통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설상가상격으로 미중간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가 현실화되면서 대외적인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베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국내 관심사를 대외로 관심돌리기라는 분석도 있지만, 국가간 분쟁이나 정책 결정과정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이 화제다. 박 회장은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면서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박 회장은 여·야·정 모두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미국 모두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며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국내 정치권과 현 정부는 늘 책임공방과 뒷북 대응에 급급한 모습이다.

문제가 터지면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하지만 국가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여·야는 물론, 정부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순서다.

한국수출이 수개월 전부터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는 무얼하고 있었는 지 궁금하다. 추경이라는 카드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현 정부의 발상도 그렇지만, 그마저도 선거용이라며 비판한 이들도 문제다.

타이밍을 놓쳐버린 진단, 그리고 처방전조차 내 놓지 못하는 한국경제의 현실과 위정자들의 대처수준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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