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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過飮)의 유혹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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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5  13: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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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다양한 모임에서 정을 나누며 나 자신을 지켜낼 의지가 필요할 때가 있다. 내가 나로 단단히 버틸 수만 있어도 괜찮다. 만남의 끝자락에 저질러진 성추행이나 운전사고 등을 보면 한결같이 그 이면에 술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보통사람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사회지도층이나 저명인사도 과한음주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최근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달가운 뉴스가 들려온다. 그 처벌과 단속기준을 더욱 강화한 '윤창호법' 시행의 결과로 보인다.

한 세대 이전만 해도 농촌에서 힘든 일을 할 때 막걸리가 허기짐을 덜어주었다. 그때는 힘든 농사일의 쉴 틈에 술을 마시며 땀과 먼지를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술은 우리의 일상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한다. 음주 경력이 제법 화려한 나로서 소회가 없을 수 없다. 전형적인 농촌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모님 잘 만나 배는 곯지 않았다. 우리 시대 시골에서 드물게 고등교육까지 나와 꿈과 희망을 품고 사회에 진출하였다.

인생 황금기에 돌이켜보니 그 출세한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관도 덕망과 인품이 돋보이지 않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공부에 열정을 쏟았다면 보람 있는 큰일을 하였을 텐데, 술만 일찍이 중용했더라면 더 윤택한 생활을 할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술 마시던 시절 남부끄러운 일도 숱하게 저질렀다. 술의 속성상 몇 잔술에 얼큰하면 세상사에 자신이 생겨난다. “나 말짱하고 괜찮아”하며 운전하다 걸리기도 했다. 또 돈은 벌면 되지 하며 하루 저녁에 수십만 원하는 술자리에서 미련한 주량을 자랑삼았다. 술 깬 뒤에 땅을 치고 후회할 거면서 말이다. 맑은 정신으로도 살아가기도 힘든 세상에 술에 취해 휘청 거렸다. 가장 활력 넘치는 청장년 시절에 술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허송세월을 보냈다.

이리하다 어느 날 불의에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부터 절제하고, 한·일 월드컵 기념으로 금연하며 잡기까지 끊었다. 요즘은 술자리에서 운전할 상황이라면 흔쾌히 응원해주고 있다. 이런 풍조로 여럿이 소주 한 두병 비우기도 벅찬 음주문화로 변해가고 있다. 여행할 때 안전운행을 일깨우는 '사람이 우선입니다' 라는 문구를 보면 정신이 바싹 든다. 오래전에 나의 형님과 조카와 친족이 음주운전자의 교통사고로 무려 네 명씩이나 참혹한 죽음을 당하였다. 지금도 그 신음소리의 환청이 감돌며 가슴이 저리다.

뒷감당 못할 음주가 마치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자타(自他)의 고통과 슬픔을 야기할 수 있다. 운전을 하려면 단호한 거절의 용기도 필요하다. 절주를 하니까, 재미없는 듯 보이지만 뇌 회로가 녹슬지 않는 것 같고, 여행과 문화도 즐기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친근한 모임에서 방심하며 과음의 유혹에 빠져 불행을 겪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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