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땀 흘린 만큼 돈을 벌어 모아 재산을 일구는 일은 너무나 당당하고 보기도 좋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낭비되거나 탕진되는 법이 없다. 그러나 남의 등을 쳐서 돈을 후려낸 인간은 겁 없이 남용한다.

돈을 벌려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거금을 주물러대는 위인들은 돈 아까운 줄을 모른다. 그래서 흥청망청 돈을 뿌리며 세상을 얕보게 된다.

정치와 장사꾼이 야합을 하면 불쌍한 백성들이 내놓은 세금을 뭉텅뭉텅 잘라 나눠먹기 일쑤고 권세가 돈 맛을 들이면 될 일을 못되게 해서 돈을 후리고 안 될 일을 되게 해서 돈을 뜯어 비밀 통장의 구좌로 더러운 돈이 흘러들게 한다. 백성의 세금을 잘라먹는 놈을 날강도라 하고 사람의 약점을 악용해 돈을 뜯어내는 놈을 돌팔이라고 한다.

돌팔이 의사도 있고 돌팔이 검사나 변호사도 있고 돌팔이 정상배도 있다. 날강도가 돌팔이를 족치면 떡고물 좀 먹었기로 무슨 잘못이냐고 응대하며 은근히 물귀신 작전을 써서 적당히 모면하고 쾌재를 부른다. 이를 일러 부정부패의 열병식이라고 불러도 된다. 이러한 열병식에 죽어나는 것이 백성이고 병드는 것이 나라꼴이다.

검은돈, 더러운 돈, 그리고 사람을 잡는 돈이란 본래 살인강도의 것만은 아니다. 차라리 손에 칼을 들고 강도질하는 도둑놈은 내놓고 도둑질을 하니 잡을 수나 있지만 세금을 잘라먹는 날강도나 등치는 돌팔이들은 버젓하게 형세를 하면서 도둑질을 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러나 호화롭게 살면서 출세했다고 으스대는 꼴은 결국 들통이 나고야 만다.

천벌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천벌은 있게 마련이다. 천벌은 법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백성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정권이 한번 바뀔 때마다 쇠고랑을 차는 얼굴들이 굴비처럼 엮어지게 된다. 그들이 더러운 재물을 탐하지 않았더라면 쇠고랑을 차고 백성의 미움을 사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의롭지 못하게 부유하고 귀한 것은 나에게 뜬구름이나 같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을 베개로 삼아도 즐거움은 그 가운데 있다 하겠다. 순리대로 땀 흘려 번 돈이야 향내가 나지만 부조리와 불법으로 모은 재물은 악취가 나는 법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