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가운데 국제정세 또한 미묘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한국정부가 택한 강경론에 대한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정치권에서는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한 언론매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3%가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적절하거나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비판적 기조를 굽히지 않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오히려 정부의 대응수준이 너무 약하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과 정의당 지지층에서는 각각 59.2%, 62.9%로 '적절하다'는 평가가 과반을 넘기며 높게 나타났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너무 약하다'는 응답이 39.8%로 가장 높았다.

이같은 설문 결과는 현재 자유한국당의 입장과 지지층의 인식에 일정한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익 앞에서 대동단결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의 정서나 여론과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미국과 일본의 언론들도 한일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데 따른 우려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관세폭탄·수출제한 조치를 휘둘러 온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수십년간 무역 및 경제성장을 떠받쳐 온 글로벌 무역 규칙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도통신도 논설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나선 것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전후 최악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도 성향의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아베 정부의 한국과의 관계는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규정지을 정도로 아베정부의 정책과 판단에 대해 우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일부 언론들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연일 날선 비판을 하는 것과 달리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양국간 출구찾기를 제시하는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의 언론은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우방인만큼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일본의 언론 또한 양국간 신뢰관계 재구축을 위해 일본 정부가 8월 말 기한이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는 것이 한일관계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오는 12월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한일 정상회담을 실시해야 한다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국제정세를 보다 정확히 분석하고 정치와 외교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가적 운명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진보와 보수 또한 손을 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또한 무엇이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는 길인지 신중히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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