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칼럼]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그리스가 트로이 성을 포위하고 10여 년을 공격하였으나 함락시키지 못하였다. 이때 그리스군이 낸 계책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커다란 목마를 만들어 그 속에 군인을 숨겨 놓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쟁에 실패한 것처럼 속이고는 목마를 버리고 달아났다. 트로이군은 그들이 퇴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전쟁에 승리했다고 기뻐하며 승리의 상징으로 목마를 탈취하여 성안으로 들여놓고 큰 잔치를 벌였다.

마침내 술에 취해 모두 깊이 잠이 들었을 때 목마에 숨어 있던 30여 명의 그리스 군이 나와 굳게 닫힌 성문을 열었고 그리스 군대가 무혈입성을 하면서 긴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끝난다는 이야기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어드에 나온다.

대형 목마를 탈취하여 성안에 들여놓는 것이 승리의 표징인 것처럼 생각하는 트로이군의 심리는 마치 악성 코드를 유용한 프로그램인 것으로 착각하여 사용자 스스로 그것을 컴퓨터에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프로그램 속에 심긴 이 악성 코드는 컴퓨터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말게 된다.

이런 일은 지금 우리 일상에서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 거짓을 고집하고 진리로 돌아가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전쟁터로 달려가는 말같이 각자 소견에 좋은 대로 거짓을 향해 간다. 모든 것을 내게 편한 쪽으로만 해석하며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거짓의 붓으로 남을 가르치기도 한다.

진리가 바르게 서지 않으니 국민이 지혜로운 삶과 멀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거짓의 길로 행하며 지도자까지 시대의 아픔을 돌보지 않고는 거짓 평안을 전하고 있다. 특히 영적 지도자는 진리의 길을 바르게 가르쳐 사람들이 거짓으로 인해 양심이 무뎌지지 않도록 도와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단 몇천 만원의 빚 때문에 온 가족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기막힌 일 앞에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데 사안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라서 그렇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수십억, 수백억을 꿀꺽 삼키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이 지천인데 어떻게 그리 착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러하고, 그런 사람을 도와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괴감에서 그러하며, 그런 일은 보도도 제대로 하지 않는 이 사회의 무서운 트로이 목마를 보기 때문에 그러하다.

요즘 우리는 모두 저마다 이상한 트로이 목마를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럴듯하게 겉만 치장된 가짜 목마, 진리의 길이지만 좁고 험한 길은 가지 않으려는 편안함의 목마, 연약한 자를 더 무시하고 불쌍한 자를 더 짓누르는 위선의 목마 등.

또 우리는 지금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구석구석에 많은 돈과 에너지를 들여가며 새로운 트로이 목마를 열심히 들여오고 있는 것 같다. 목마의 문이 열리고 적군이 나오면 깊이 잠든 우리는 허둥댈 수밖에 없고 급기야는 소중한 것을 모두 내주고야 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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