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변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늘 특별한 일상을 꿈꾸며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 일생의 대부분은 평범함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평생에 몇 번 있을까 말까한 특별한 사건들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범한 일상인 것이다.

예수는 십자가에 달리기 전날 밤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한다. 이 자리에서 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긴 후에 제자들을 향해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가르침을 남긴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그런데 제자들은 이러한 예수의 행동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그날의 식사도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저녁식사라고만 생각했다. 이런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예수가 준비한 최후의 만찬은 제자들의 시각으로 보면 평소와 아무 다를 것이 없는 일상적인 식사의 모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식사의 자리를 어떤 특별함으로 가득 채운 것이 아니라 평소의 모습대로 함께 식사를 나누고 또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그날 예수가 선포한 가르침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순간 제자들의 몸과 마음을 울리는 거대한 울림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매 순간 예수의 입을 통해 제자들에게 주어졌던 평소의 가르침 그대로였던 것이다.

‘서로 사랑하라’ 그것은 예수가 이 땅에서 제자들은 물론 그를 따르던 모든 사람들을 향해 외치던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예수가 제자들을 향해 가르치고자 했던 메시지의 핵심이다. 예수는 이 땅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면서 많은 일들을 행했다. 병자를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고 예수를 따르던 많은 무리들을 가르쳤다. 그런데 이 모든 다양한 일들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그들 모두가 ‘서로 사랑’하도록 하기 위함인 것이다.

예수의 가르침에는 두 가지 핵심이 있다. 첫 번째는 ‘사랑’이고 두 번째는 바로 ‘서로 행함’이다. 사랑은 위대한 힘이 있다. 하지만 사랑의 위대함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 일방적인 사랑은 사랑의 본질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일방통행이 되면 상대방의 상황이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강요가 된다. 상대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의 마음이 서로 충돌하면서 다툼이 되거나 심지어는 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랑의 완성은 오직 ‘서로 사랑’이 이루어질 때만 가능한 것이다. 예수의 강조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제자들은 반드시 ‘사랑해야 한다.’ 그런데 혼자만의 짝사랑만으로는 안 된다. 예수가 바라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제자들은 반드시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 대상이 누구이던지 제자들은 자신의 사랑을 전해야 하고 상대가 그 사랑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예수의 사랑의 위대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수는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가 서로를 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사랑의 위대함을 이용하여 얼마나 많이 내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려하고 있는가! 상대방의 마음과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 오로지 내 방식대로 따를 것을 강요하면서 말이다.

사랑의 진정한 힘은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을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참된 사랑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서로 간의 대화와 교제를 통해서 소통의 길을 열어야 한다. 부부 사이에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런 소통이 없는데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에 불과하다.

예수가 말한 ‘서로 사랑’은 매우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매 순간 반복하여 일어나고 있는 가장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이 평범한 일상 속에 우리 인생의 운명이 달려 있다. 이 평범한 일상이 우리 삶 속에서 이루어질 때 우리는 인생의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