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참으로 당혹스럽다. 요즘 일본이 우리 산업 급소를 노리는 수출 규제를 하고 있다. 일본여행을 취소하고 일본 물품 안 사기 등 어느 때보다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필자도 계획하던 일본 대신 싱가폴 관광을 하기로 했다. 생각할수록 일본이 밉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어느 신문기사를 읽고 크게 공감하며 쾌재를 불렀다. 바로 [김순덕의 도발] '복수를 하려면 아일랜드처럼!'(2019.7.21.)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국력이 약했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도 겪었다. 어렵게 광복을 맞이하였지만 분단된 것도 너무나 분하다. 그때도 우리 힘이 강했다면 한반도 대신 일본 열도를 분단시켰을 것이다. 6·25전쟁 휴전 후 가난과 싸우며 경제개발에 성공하여 이만큼 잘살게 되었지만, 그 태동(胎動)을 원동력 삼아 모두 하나가 되어 총화 단결하여 더욱 힘을 길러왔어야 했다. 좁고 작은 나라에서 지역, 이념, 세대, 노사 갈등 등이 난무하고 있다. 조선 시대 망국의 당파싸움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일본은 경제침략을 집요하게 하고, 미국은 방위비를 올리려 하고,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사일을 쏘며 겁박하는 북한, 사사건건 트집 잡고 무시하는 중국, 독도 상공을 침범하고 시치미 떼는 러시아 등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때에 헐뜯고 싸워도 된단 말인가. 이제 친일, 반일 등 말만 들어도 역겨운 소모전은 끝내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 과거에만 매달리지 말고 오로지 국익을 위한 깃발 아래 미래를 향해 온 국민이 뭉쳐 더욱 땀 흘려야 하겠다.

앞서 언급한 기사를 읽으니 감동되고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식민지 종주국에 당한 분함과 억울함으로 치면, 영국에 700년 지배받은 아일랜드가 우리 뺨칠 거다. 그 나라가 지금 영국보다 엄청 잘 산다.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이 8만4000달러로 영국의 거의 2배다. 복수를 하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 나라 국민소득이 그 나라 국민의 목숨 값이고 자존심이다. 우리가 일본 보다 잘살면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감히 저러겠나?

아일랜드는 기질과 역사에서 우리와 많이 닮았다. 격정적이고 가족한테 끔찍하다. 우리 민족은 가장 순수하고 뛰어난데 못된 이웃나라 때문에 수난의 역사를 겪고 분단까지 됐다고 믿는다. 학교에선 교사들이 "우리 조상 100만 명이 감자가 없어 굶어죽을 때 영국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꼭 잉글랜드사람 닮았다."고 야단을 친다.

유럽서 가장 가난한 이 나라가 식민지 종주국을 뛰어넘은 비결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이러다 진짜 망한다는 위기감에 1987년 노조는 임금인상 자제-기업은 재투자로 일자리 창출-정부는 감세와 사회보장을 약속하는 사회적 대타협에 성공했다. 그리고 10년 만에 영국을 추월하였고, 요즘 아일랜드는 영국을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가장 가까운 경제협력 파트너로 본다고 한다. 우리도 아일랜드처럼 하나로 뭉쳐, 국익을 앞세우고 부국강병(富國强兵)에 정진하여 일본처럼 우리를 무시하는 나라들에 통쾌하게 복수라도 하고 싶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