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호 보은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기고] 이천호 보은경찰서 교통관리계장
 

내가 근무하는 보은경찰서는 시골에 있는 작은 경찰서다. 경찰관 100여명이 3만 명이 조금 넘는 인구를 담당한다. 이중 1만 여명 이상이 65세 이상으로, 다시 말해 전체인구의 1/3이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관할하는 시골 경찰서인 셈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노년층 인구비율이 20%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지만, 우리지역은 이미 초고령 사회를 넘어 극고령 사회로 진입한 지역이고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노인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며칠 전, 어르신 한분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보은경찰서 관내에서 금년에 벌써 10여건의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사망자 모두가 70세 이상 어르신이다.

시골지역은 노인 오토바이 교통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주요원인으로는 안전모 미착용과 턱끈 미조정으로 경상으로 그칠 사고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마을길 또는 농로길에서 일시정지 없이 간선도로로 진입하다 도로 주행 중인 차량과 충돌하여 발생하는 인지력 저하로 인한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어르신 교통사고는 작은 충격도 결국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실정이다.

교통사고에 대한 인과관계야 사고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는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어느 한쪽의 일방 과실로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고가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도 경찰서 교통사고조사팀 사무실 앞에는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픈 사연과 눈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에 경찰서장은 유관기관·단체와 MOU 및 협의체를 구성하여 다각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등 총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교통부서 뿐만 아니라, 부서에 국한됨 없이 경찰서 전 직원이 뜻을 한데 모아 경로당 등을 찾아 나서며 찾아가는 교통예방교육을 펼치고 있다. 보은경찰서가 교통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사람의 생명을 경찰관이 좌지우지 할 수는 없지만 슬픔에 젖어있는 유가족을 생각하면 나또한 한 가장으로서 가슴이 먹먹해져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으로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에서도 국민안전 지키기 3대 과제 중 하나로 교통안전을 채택 했을까...

모든 운전자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한적한 시골길을 운전하다 보면 어찌 열매와 곡식이 익어가는 아름다운 전원풍경만 보이겠는가? 차 없는 도로에서는 과속 충동도 느끼고, 졸음도 유혹을 하겠지만 교통 슬로건 한 가지만 기억해 두자.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위와 같이 사람이 먼저인 선진 교통문화 조성으로 다시는 우리 지역에서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관·경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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