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느 조직이든지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힘도 잃는다.

학생 수 감소에 더해 강사법 시행은 지방 사립대를 재정적으로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학생 등록금에 의존해 운영된다.

그동안 주인 없는 사립대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고임금 지급 등 방만한 경영을 해왔고, 일부 오너십이 강한 사립대는 교직원 복지보다는 적립금을 쌓는데 치중했다. 

하지만, 대학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을 해왔건 최근의 환경 변화에 따라 대부분의 지방 사립대들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지급한 대학들은 절대적으로 줄어든 등록금 수입의 영향에 따라 스스로 월급을 삭감하고 있다. 여기에 상실감을 느낀 일부 유능한 교수들이 이탈하기도 하고 남아 있는 교수들은 생산성 저하를 경험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득에 맞춰 생활 태도를 형성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경제적 인간'으로 불린다. 경제적 인간의 소득 하락은 심리적 고통을 초래하고 사람을 불안정한 상태에 빠뜨린다.

불안정한 마음으로는 학생을 잘 가르치기 어렵다. 그동안 낮은 임금을 감내해 온 대학의 교직원들은 10년 이상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로 더 이상 임금 인상을 기대할 수 없어 좌절하고 있다.

임금 수준이 보통인 대학의 10년 차 교수 연봉은 약 6000만원이다. 남성들의 교수 임용 평균 연령이 40세인 점을 감안할 때 약 50세에 이 정도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취업한 인구에 비해 저축한 돈도 없는 경우가 많다. 미래 소득이 상승하지 못 한다는 상실감은 열심히 일할 의욕을 잃게 만든다.

유능한 교수들은 미래가 불안한 대학을 떠날 수밖에 없고, 대학은 실력이 뛰어난 교수를 유인하기도 어려워졌다.   지방 사립대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국내 대부분의 국책 및 공공연구소 박사 급 초임 연봉은 5000만원에 달하고 있고 10년 차 정도면 8000만원 이상의 연봉에 도달한다. 대기업 연구소 연봉은 이보다 더 높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정난이 심한 지방 사립대 교수진은 나이가 많은 은퇴자들로 메워지고 있다.

배우는 학생들에게 투자돼야 할 교육재원이 부족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어떤 대학은 돈이 없어 고가의 실험·실습 장비를 바꿀 엄두를 내지 못 한다고 한다.

그 결과 대학에서 연식이 지난 장비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현장에서 새로운 장비를 운영하지 못 해 대학교육이 불신 받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입정원보다 10만명의 학생이 부족한 2021학년도 대입시장은 한꺼번에 약 8000억원이 축소된 시장으로 변한다. 이것이 4년이면 3조원이 넘는다.

지방 사립대들은 그들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치열한 생존싸움에 빠져들고 있다. 대학의 생존 역시 그것이 처한 산업 구조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건전한 잉여자금을 많이 확보하고 선제적인 구조 조정으로 강한 체질을 갖춘 대학만이 닥쳐오는 태풍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자율적 고강도의 혁신도 없고, 재정도 빈약한 대학은 내부 갈등으로 혼란에 휩싸이거나 시장의 외면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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