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3월 15일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어제 정책협의를 갖고 우수 인력 이공계 진출 촉진을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키로 했다.

지난해 말 두 부처가 이공계 인재 육성을 목표로 체결한 공동협약에 따른 첫 후속 조치다.

태스크포스는 앞으로 우수 인력의 이공계 진출 기피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공계 전공자의 사회진출 다변화 및 비전 제시 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뒤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일이다.

우수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미 중병 상태다. 지난 1998년부터 2005년까지의 국제 화학·생물·물리 올림피아드 수상자 93명 중 40명이 이공계가 아니라 의대로 갔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4학년생 50명 중 20명 이상이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에는 포스텍(옛 포항공대)에 수석 입학하고 수석 졸업한 한 여학생이 서울대 의대에 편입한 사실이 알려져 적지않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우수 인력 이공계 기피 현상의 주된 이유는 비전이 없다는 현실때문이다. 취직 자체도 쉽지 않고, 설사 취직이 돼도 자리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편입 포스텍 수석졸업 여학생은 "이공계 박사를 따도 미래가 불안하고, 비전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자연계 석·박사 졸업자의 실업률은 지난 1997년 9.8%에서 2003년엔 16.6%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공계를 나와서는 잘먹고 잘살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이공계 기피 현상을 부채질 하는 요인인 셈이다.

그러니 이들을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카이스트의 전봉관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천재 한 사람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구호로 연구실을 떠나는 이공계 고급 인력을 붙잡을 수도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공계 인력은 국가 산업발전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우수 인력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단순히 개인의 장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과 직결돼 있다는 얘기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려야 하는 이유다. 태스크포스는 모쪼록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과학기술인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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