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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夜行이광표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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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2  14: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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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서원대 교수] 1990년대에 “한국 여행을 해보고 놀라운 점 두 가지를 발견했다”는 한 프랑스인이 있었다. 그가 말한 한국의 놀라운 점 하나는 자동판매기 문화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먹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그의 말대로 1980~90년대는 자판기의 전성기였던 것 같다.

사실, 강릉 동해안의 그 유명한 커피거리도 자판기 몇 대에서 시작되었다. 1980년대 강원 강릉시 강릉항 북쪽 안목해변 길가에 커피 자동판매기 대여섯 대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젊은 연인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아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들고 데이트를 즐겼고, 직장인들도 자판기 커피로 휴식을 취했다.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1990년대 들어 이곳엔 자판기가 수십 대로 늘어났다. 자판기마다 맛이 조금씩 달랐고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맛의 커피를 골라 자판기 앞에 줄을 서는 사람도 생겨났다. 안목해변은 그때부터 자판기 커피거리로 불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발전해 오늘날 강릉을 대표하는 커피 거리가 되었다.

그 프랑스인은 한국에서 놀란 것 또 하나로 불야성 밤 문화를 들었다. 유럽에서는 밤이 되면 조용히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좀 다르다는 것이다. 퇴근 이후 본격적인 휴식과 유흥이 시작되는 문화가 참으로 독특하다고 했다.

자판기와 밤 문화에 깜짝 놀란 그 프랑스인. 한 이방인의 시선이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다시 생각해보니, 자판기와 밤 문화는 한국인의 역동적인 감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다. 밤 문화를 즐기는 우리에게 밤은 매우 낭만적이다. 밤이 너무 조용하다면, 맥이 빠지거나 밋밋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낮에 늘 보던 것도 밤이 되면 달라 보인다. 그래서일까. 요즘 문화재 야행이 인기다. 밤에 보는 문화재가 특별히 다가오기 때문이고, 밤에 보는 문화재가 더 낭만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문화재 야행의 시작은 아마 창덕궁이 아닐까 싶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2010년 시작되었다. 돈화문-금천교-인정문-인정전-대조전-낙선재-후원 길-부용지와 주합루 등으로 이어지는 창덕궁의 밤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이와 함께 서울 덕수궁 정동길 야행이 인기를 끌면서 문화재 야행이 전국의 수많은 자치단체로 확산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야간 마케팅이다. 곳곳의 박물관 미술관도 야간 개장을 늘리고 있다. 고궁의 야간 개장도 많이 보편화되었다. 물론, 야간 개방을 하면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문화재 훼손의 우려도 크고 사건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새로운 문화수요를 창출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2019 청주 문화재야행’이 24, 25일 열린다는 소식이다. 밤에 보는 문화재, 밤에 걷는 길, 밤에 듣는 역사이야기, 밤에 보는 공연과 전시 등 8야(夜)를 테마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한 프랑스인은 우리를 두고 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밤을 사랑하는 마음, 문화재 야행의 인기가 낮 시간의 관심과 애정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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