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바보는 몰라서 시비를 가릴 수가 없고 무골호인(無骨好人)은 시비가 무서워 멀리한다. 옳고 그름을 몰라서 탈을 내면 용서받을 수 있지만 옳고 그름이 무서워 옳은 것을 그르다 해도 응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해도 응하는 무골호인은 앞잡이 구실을 떠맡게 된다. 마음 씀씀이에도 강할 때는 강하고 약할 때는 약해야 한다. 무골호인에게는 그러한 마음의 강약(强弱)이 없다. 그래서 무골호인은 스스로 바보가 된다.

인품은 일의 사정에 따라 마음의 씀씀이와 행동이 분명할 때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술에 술을 탄 듯하고 물에 물을 탄 듯 하면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 죽도 밥도 아니라는 속담이 있다. 인품이란 설어도 안 되고 너무 타버려도 안되고 치우쳐도 안 되고 쳐져도 안 된다. 그래서 인품은 마음속에 중화(中和)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정해야 할 때는 매정해야 하고 다정해야 할 때는 다정해야 한다. 사람이 목석(木石)이 아니므로 사람의 마음은 온화하면서도 엄숙할 줄을 알아야 하고 위엄을 갖추면서도 무섭지 않아야 하고 상대를 높이면서도 상대를 편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를 인품의 중화라고 한다.

인품의 중화를 사람이 되는 비밀이라고 봐도 된다. 이러한 인품을 다스려 간직한 분이 얼마나 될까?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 분이 곧 우리의 참다운 지도자일 것이다. 나에게 힘을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하기도 한다. 나에게 복을 달라고 부처님께 빌기도 한다. 나에게 행운을 점지하라고 무당을 찾아가 귀신을 달래기도 한다. 나만을 위해 달라는 기도나 기원을 하느님이나 부처가 들어줄 것 같지가 않다. 만물을 창조한 하느님은 만물의 어버이가 되므로 누구는 도와주고 누구는 해할 리가 없다.

만물을 자비롭게 하라는 부처 역시 빈다고 복을 주고 빌지 않는다고 액을 줄 리가 없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이 없다는 속담을 새겨들으면 헤아릴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마음의 중화를 이루어 마음을 선하게하여 성실하게 지니는 것이 곧 하늘에 비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곧 천리(天理)를 깨달아 어리석지 않다면 어찌 바보라, 무골호인(無骨好人)이라 하겠는가! 중화지도(中和之道)야 말로 참다운 인품(人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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