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충청의 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과거 대학진학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은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류대학을 나와야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기득권층일수록 더욱 자기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과연 사회적 성공을 위해 대학간판과 실력 중에 무엇이 중요할까?

프린스턴 대학의 두 경제학자가 매우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생들을 추적해 대학 간판과 실력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본 것이다. 실험은 두 그룹의 학생으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한 그룹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 학생들이고 또 다른 그룹은 아이비리그 대학에 갈 성적은 됐으나 여러 사정으로 그보다 좀 더 명성이 떨어진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었다. 사회적 성공의 기준은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량적 사례인 '소득'을 기준으로 삼았다. 일반적인 통계로는 아이비리그 졸업 10년차 소득이 비아이비리그 졸업 10년 차 소득보다 중앙값 기준 2배에 가깝다고 한다. 실험의 결과는 흥미로웠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학생과 성적은 되지만 아이비리그보다 명성이 떨어지는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10년 후 소득을 비교해 본 결과 두 그룹간의 소득에는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실력이 대학간판을 능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의 진짜 놀라운 결과는 따로 있었다. 비아이비리그 졸업생 중에는 앞서 언급한 아이비리그 졸업생이나 성적은 되지만 비아이비리그에 간 졸업생과 소득에 있어 별 차이가 나지 않는 한 부류가 있었다. 그들은 바로 아이비리그에 갈 성적이 되지 못해 비아이비리그에 갔지만 아이비리그에 입학 지원을 했던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비록 입학시험에는 떨어져서 아이비리그에 가지 못했지만 자기 자신을 '아이비리그에 갈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믿었던 학생들이었다.

높은 자존감의 효용은 '성취'가 아니라 '실패'와 '고통'의 극복능력에 있다고 한다. 높은 자존감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형성하여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으며 고통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힘을 준다고 한다. 교육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 중 하나는 자기효능감이다. 자기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능력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결국 성취의 유리한 길로 인도해 주는 마인드는 자신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게 해준다.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저 자신이 위대한 존재임을 현재의 모습과 관계없이 스스로 믿는 것이라고 한다. 마라톤계를 장악하고 있는 케냐 선수들은 성적이 가장 낮은 선수조차도 자신의 한계는 없으며 오늘은 '나의 날'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한다. 원했던 대학에 못가고 차선의 선택을 했던 대학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학생들도 자신만 인정한다면 자신이 뭐든지 해 낼 수 있다는 존재라는 자존감을 가지고 남은 대학생활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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