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1980년대 말 가수 김혜림이 부른 ‘DDD’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DDD는 우리말로 '장거리 자동전화'라는 뜻이다. 전화 이용자가 교환원의 도움 없이 시외 가입자를 직접 호출하는 전화 교환 서비스를 말한다.   예전에는 전화를 사용할 때 시내와 시외로 구분돼 있었다. 그 때는 시외 전화료가 훨씬 비쌌다. 공중전화도 마찬가지다. 시외전화를 할 경우 전화기에 동전을 넣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동전이 사라지는 모습이 화면에 뜨기도 한다.   화면을 보면서 동전이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동전을 넣어야 통화를 계속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전화를 통해 긴 연애를 할 경우 주머니에 동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젊은이들은 일명 ‘동전 연애’를 했다.

그래서 가수 김혜림은 ‘마지막 동전 하나 손끝에서 떠나면’이라며 청춘의 아쉬움을 노래했다. 과거에 공중전화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현재 휴대폰을 다루고 있지만 추억속에 남아 있는 버림받는 공중전화를 거리에서 가끔 볼수 있어 다행이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 이동전화 기지국이 파괴돼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 할 때 일본에서는 많은 어린이들이 공중전화를 사용할 줄 몰라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휴대폰 때문에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본의 한 통신업체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84%가 공중전화를 이용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이동통신망이 장애를 일으키더라도 유선통신망으로 운영되는 경찰서·소방서와 긴급하게 통화를 해야만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가끔 자녀에게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것이 추억을 하나 만들어주는 것일 수도 있고, 생명을 살리는 일일 될수도 있다. 이같은 애환이 많은 공중전화가 거리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주민센터는 주민들이 손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인계동 반달공원 등 2개소에 '작은도서관'을 개관했다. '인계올레 작은도서관'은 KT에서 철거하려는 공중전화 부스를 기증받아 작은도서관으로 개조하고 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책을 읽고 싶은 인계동 주민은 누구나, 언제든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설치한 작은도서관을 계기로 다른 곳에도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한 작은 도서관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 작은 도서관에는 주민들이 기증한 도서로 운영되고 있어 평소 주민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에 어려웠던 소외계층이 편하게 책을 접할수 있게 돼 즐거워했다. 공중전화 사업자인 KT링커스는 2000년 전국 14만여대의 공중전화는 2015년 약 7만대가 줄었고 휴대폰에 밀려 전국의 공중전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고 밝혔다.

KT링커스측은 관계 기관과 협의, 이제는 공중전화 부스가 전기차 충전 설비 시설, 자동심장충격기 등 응급 의료장비를 비치, 현금 입출금기로 변형된 부스가 늘고 있다. KT링커스는 남은 공중전화 부스는 2009년부터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공중전화기로 바꿔 나가며 고객을 끌어 들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등에는 영상통화와 멀티미디어 메일 전송이 가능한 전화기로 일부 군부대 등에서도 시범 운용되고 있다. 휴대폰에 밀려 무용지물화 되어가는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 함으로서 외면 받던 공중전화부스가 재탄생되고 있다. 때문에 KT링커스측은 철거비용 감소로 자원절약에 일조하는가 하면 수요자의 인기가 많은 용도로 탈바꿈되고 있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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