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표 보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기고] 김근표 보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누구나 한 번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흔히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소방차 길 터주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출동 중인 소방차를 만난다면 도로를 가득 메웠던 차들이 길을 터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으로 시민들의 의식성장으로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조금은 부족한 실정이다. 가끔 사이렌을 울리면서 소방차가 가는데도 길을 비켜주지 않거나 일부로 길을 막는 행위 또는 좁은 도로에 겨우 승용차만 한 대만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양면주정차 하는 행위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화재 발생 시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면 화재의 확산을 늦추고 화재면적의 확장을 방지할 수 있으며 건물 내에 요구조자가 있을 경우 인명구조를 위한 옥내진입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 또한 길 터주기로 인해 1분 1초라도 빨리 병원에 도착 할 수 있다면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환자를 살릴 수 있는 4~5분의 골든타임 이내에 응급처치가 이뤄지면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돼 치명적인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사고 현장에선 초를 다투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긴급차량이 출동할 때 단 몇 초라도 길을 빨리 양보하면 우리 가족은 물론 이웃사촌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생명과 재산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길 터주기 대응요령을 숙지해야 한다.

▲ 교차로에서는 교차로를 피해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일시정지 한다. ▲ 일반통행로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정지 한다. ▲ 편도 1차선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로 진로를 양보하여 운전 또는 일시정지 한다. ▲ 편도 2차선에서는 긴급차량은 1차선으로 가고 일반차량은 2차선으로 양보한다. ▲ 편도 3차선이상은 긴급차량은 2차선으로 일반차량은 1, 3차선으로 양보한다. ▲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는 긴급자동차가 보이면 건너기 전 횡단보도에서 잠시 멈춘다. 등 이와 같은 내용들을 숙지해두면 된다.

소방기관에서는 홍보와 예방을 자주하고 있지만 재난은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른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영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길을 양보해 준다면 그 힘이 모아져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사랑하는 내 가족과 친구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긴급한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모세의 기적은 결코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세의 기적’이 아닌 생활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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