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 수업 시간 한 학생의 책상위에는 책이 없다. 교사가 왜 책이 없냐라고 묻자 학생은 누군가 빌려갔는데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한다.
#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책을 찢고 있다. 교사가 왜 책을 찢느냐고 묻자 학생은 다 배웠기 때문에 찢는다고 한다.
# 점심시간 학생 대부분은 편식을 하고 많은 음식이 잔반이 버려져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위의 장면 1~2번은 교실에서 3번은 급식소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요즘 학생들은 책에 대한 소중함이 없어 다른 학생의 책을 허락 없이 빌려가고 반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큰 문제는 책을 잃어버린 학생이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책은 학교 분실물 보관소에, 교실 사물함 위에, 창틀 틈새에, 화장실에, 특별실 여기저기에 넘쳐나고 있다.

  학교 급식시간에 웬 편식이냐고 반문하겠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만을 배식 받거나 배식 받는다 하더라도 손을 대지 않는다. 슈퍼 푸드로 알려진 김치나 청국장을 먹지 않는 학생이 절반이 넘는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제대로 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의 음식이 잔반으로 벼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 전부터 학교에는 교육복지라는 명목으로 공짜가 넘쳐난다. 급식, 수업료, 교복, 교과서 기타 등등 모두가 무상으로 지급된다. 무상은 학생들이 물건과 음식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 물건에 대한 애정과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치관까지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2018년 9월 교육부가 발표한 'OECD 교육지표'를 살펴보면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각각 초등학교 15.0명, 중학교 12.7명, 고등학교 13.0명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각각 16.5명, 14.7명, 13.8명으로 OECD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통계는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조사한 것이므로 실제로 규모가 큰 중고등학교에서는 한 반의 학생수는 평균 30명 내외이다. 이런 콩나물 교실에서는 교수학습이나 평가의 변화란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정규 교사를 더 채용하여 학급 당 실제 학생수를 15명 내외로 줄이는 일이다.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된 1997년부터 2016년까지 정규교사보다 기간제교사가 4배 정도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모 사립학교의 경우 기간제교사가 50%는 넘는다고 하니 이런 곳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2016년 이후 기간제교사가 정규교사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기간제교사가 우리교육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짜 혹은 무상 교육복지에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정규교사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 초중고 공교육 예산은 GDP 대비 5.8%로 나타나 OECD 평균인 5.0%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렇더라도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한쪽은 부족함을 면치 못한다. 눈앞의 공짜 포퓰리즘에 현혹되지 말고 좀 더 멀리 보는 교원 수급 정책을 세워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할 수 있는 올곧은 역량을 길러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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