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로컬콘텐츠 큐레이터

[충청의 창] 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로컬콘텐츠 큐레이터

증평군은 1읍1면의 아주 작은 지자체다. 청주시와 인접해 있고, 도시 한 가운데로 청주~충주간 국도가 지나며, 군부대 등이 위치해 있어 정주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다. 내세울만한 자원도 없다. 주민들과 학생들은 대도시로 이사를 가거나 진학하는 일이 빈번했다. 도서관, 영화관, 문화센터 등도 변변치 않았다.

그렇지만 요즘 증평군은 지역균형발전의 전국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줄어들기만 했던 인구도 꾸준히 늘면서 3만7천명에 달한다. 괴산군 증평읍이었던 곳이, 충북도 증평출장소였던 곳이 2003년에 증평군으로 개청될 당시에는 괜한 짓 아니냐는 비아냥과 우려도 적지 않았으나 지금은 작지만 강한 지자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국의 농촌형 지자체가 인구감소, 지방소멸이라는 위기감으로 고전하고 있는 면과는 다른 풍경이다. 학생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살기좋은 도시라며 입소문 자자하다. 관광자원 하나 없는 곳이었던 이곳이 좌구산휴양림, 김득신테마공원, 삼기저수지, 민속체험박물관 등 힐링콘텐츠 고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증평군의 이같은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배경이 궁금했다. 지난 27일과 28일 양일간 증평군립도서관 일원에서 열린 북페스티벌 현장을 둘러보면서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증평군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에 충실하면서 증평만의 차별화된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복합형 생활SOC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가 예산을 확보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지역주민 등과의 연대 및 협력의 가치를 극대화하였다.

점과 점이 만나면 선이 되고, 선과 선이 만나면 면이 된다. 그리고 면과 면이 만나면 공간이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은 이렇게 점과 선과 면이 서로 만나서 만들어진 곳이다. 마을도 그렇고 도시 또한 그러하다. 증평군은 점·선·면의 생활 SOC형 복합화 정책을 추진했다. 작은 것이 단점이 아니라 꼼꼼한 행정과 특화된 콘텐츠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증평군립도서관이 있다. 2014년 증평읍 광장로 37번지 일원에 도서관을 설계할 때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했다. 도서관 고유의 기능뿐만 아니라 영화관, 평생학습, 천문대, 전시관 등의 생활복합 공간으로 특화시킨 것이다.

도서관 등 문화공간 하나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던 주민들에겐 이같은 소식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책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인생 2모작도 가능했다. 자신들이 배우고 만든 창작물을 전시하고 발표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천문대와 주변의 생태공간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였다. 도서관 옆에는 청소년 문화의 집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조선 후기의 독서왕 김득신을 테마로 한 김득신문학관을 짓고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미 증평군은 이 지역 출신 김득신을 대표 콘텐츠로 삼고 교육문화 특화사업에 발 벗고 나서면서 정부의 각종 정책사업을 따올 수 있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증평군은 2014년 이후 매년 국가균형발전 우수 지자체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생활복합 SOC 사례가 주목받았다.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기관 표창을 받았다. 창의적인 행정과 열린 문화운동, 촘촘한 복지와 민관 거버넌스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머물지 말고 100년 가는 문화콘텐츠, 100년 가는 문화행정을 펼쳐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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