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어느 날 우연히 사거리에 서있는 광고탑을 보았다. ‘2019 대한민국 독서대전’이라는 문구가 눈에 번쩍 띄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독서대전’ 당일, 오전부터 바쁜 걸음을 옮긴다. 행사장의 많은 부스와 책들이 발걸음을 부르고, 곳곳에 설치된 아이들 체험장이 왁자한 즐거움을 준다. 이번 행사의 최고 관심은 작가와의 만남이다.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들이 독자들을 만나러 온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작가를 만나는 날이다. 독서회 회원들이 질문을 하면 작가가 직접 답변하는 소중한 만남의 시간이었다. 첫 페이지에 작가의 사인을 직접 받으니 어린아이처럼 기쁘다. 둘째 날,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조정래 작가가 오는 날이라 한층 들뜬 마음으로 일찍 행사장을 찾았다. 작가를 좋아하다보니 그의 책이면 거의 다 읽다시피 했다. ‘태백산맥’을 비롯한 ‘아리랑’과 ‘한강’을 읽으며 이렇게 방대한 소설을 쓴 조정래 작가가 위대하고 존경스러웠다.

태백산맥을 한번 읽고 십여 년 후에 다시 읽을 때엔 등장인물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적어가며 읽었다. 작년에는 태백산맥문학관과 아리랑문학관을 독서 동아리 회원들과 다녀오기도 했다. 조정래 작가는 많은 작품을 쓰면서 작품의 모태가 되는 현장을 수십 번씩 다녀오고 현지인을 만나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듣는 등 피나는 노력을 했단다. 그 말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탈장이 되면서까지 작품을 쓴 작가의 위대한 손을 잡아 보고 싶어 틈새를 노려 악수를 하고나니 소원 하나를 푼 것 같다. 조 작가는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소설은 쓰지 않고 아내 김초혜 시인처럼 시를 쓰겠다하여 청중에게 웃음을 주었다.

충북문학관에서는 이철수 판화가의 강연이 있었다. 이철수 작가의 소소한 삶을 그린 멋진 작품을 설명과 함께 듣고 보니, 농사를 지으며 욕심 없이 살아가는 소박한 그림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철수 작가의 그림을 가슴 한켠에 담은 채 유현준 건축가의 강연을 들었다. 어두운 숲속이라 모기들이 극성을 부렸지만 모두들 열중이다. 강의 후 줄을 서서 ‘어디서 살 것인가’ 책에 사인을 받고 나니 피곤함마저 달아난다.

이밖에도 박진숙 작가, 백영옥 작가 등과도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칠순이 넘어 배운 그림으로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는 책을 낸 이재연 작가는 어린 시절 추억을 수채화에 담아 독자로 하여금 커다란 공감을 얻었다. 이번 독서대전에서 작가들의 말 중 가장 인상 깊고도 아프게 남은 말은 “흔히 인문학이 밥 먹여 주냐고 하지만 먹여주지 않는 그 밥이 맛있다고, 책은 우리의 감수성을 높이고 행복지수를 높여준다.” 이다.

스마트폰 때문에 심리적으로 쫓기며 사는 우리가 SNS만 줄여도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책은 여러 권 읽는 것 보다 한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여러 번 정독하여 읽는 것이 더 좋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책 읽기 좋은 이 멋진 계절, 다시 읽는 책 한 줄 한 줄이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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