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자 나무 2개에 가로대를 꿰차 만듦

인류가 만든 운반도구는 '끌다'와 '지다'라고 하는 두개의 동사로 요약될 수 있는데, '끌다'에서 비롯된 것이 바퀴이며, '지다'에서는 멜빵이 생겨난 것이다.

그 중 멜빵문화를 완성시킨 것이 지게인데, 농사에 필요한 나무·곡물·거름(비료, 퇴비)·풀 등 사람의 힘으로 나를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을 운반할 때 쓰이는 도구이다.

요즘에 보면 주로 손에 들고 다니던 가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깨나 등에 메고 다니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이것은 그만큼 손에 드는 것보다 어깨나 등에 메는 것이 훨씬 힘이 덜 들고 행동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무에 밀삐를 걸어 어깨에 메고 여러 가지 물건을 운반했던 지게에도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고안해낸 과학슬기가 녹아들어 있으며, 이와 함께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삶을 추구했던 선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먼저, 그 제작방법과 구조를 살펴보면, y자 모양으로 생긴 자연 그대로의 나무 두 짝을 다듬어서 4∼5개의 가로대를 꿰고 빠지지 않도록 새끼줄(탕개)을 걸어 가운데에서 탕개목으로 조여 만든다.

여기에 등에 댈 수 있는 등태를 엮어 달면 지게가 완성된다. 부속물로는 많은 물건이나 잘 흘러내리는 흙, 재, 자갈 같은 것들을 나르기 위하여 싸리로 엮어 만든 바소쿠리와, 작업할 때 또는 작업 도중 지게를 세우기 위해 쓰는 작대기(알구지)가 있다.

이러한 지게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두루 쓰이고 또 누구나 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크기나 형태, 등태 짜는 법 등이 각 지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몸체는 소나무를 주로 사용하며 처음부터 지게를 쓸 사람의 체격에 맞도록 만든다. 또한 몸체를 이어주는 세장은 박달나무·밤나무 등 비교적 단단한 나무를 사용하는 등 재료의 특성을 알고 그 쓰임새에 맞춰 적재적소에 필요한 부속물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물리적인 눈으로 보아도 지게는 균형이 잘 잡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게의 두 다리와 작대기에서는 지금도 가장 안정된 것으로 말해지는 삼각구조를 찾아 볼 수 있고, 지게 작대기를 사용함으로써 y자로 된 틀에서 안정하게 떠받치는 무게중심 역할과 짐을 지고 일어설 때 다리에 미치는 힘의 크기를 줄어들게 하여 짐의 무게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탕개와 탕개목은 요즈음의 볼트와 너트에 긴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쓰는 왓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밀삐는 지게다리에 여유 있게 감아 쓰는데, 이것은 지게를 쓰는 사람의 키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조절장치이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지게 위에 얹는 짐들은 균형을 잘 맞춰 놓아야 하며, 짐을 지고 걸을 때는 율동적으로 장단을 맞춰서 걸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율동과 균형의 조화가 깨지게 되면, 지게에 짐을 지고 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과학슬기가 숨어 있는 지게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게를 이용해 등짐을 지는 것은 머리에 이는 것보다 힘 에너지가 3% 절약되고, 양손에 들고 다니는 것보다 약 44%의 힘이 절약되며, 베트남, 중국에서 장대 끝에 달아매는 목도보다 약 26%의 힘이 절약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통해 우리 겨레의 지고 이는 방법이 가장 과학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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