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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의 힘정혜련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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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5  14: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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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충청도는 과거에 호서(湖西)나 기호(畿湖)지역이라고 불렸다. 지리적으로 산남지방(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이며 언어 문화적으로는 서울과 경기도에 가깝다. 양반이 많아 양반고을로 유명한데, 구한말 자료에 따르면 양반 중 충청도 출신이 절반은 족히 되었다고 한다. 삼국시대에 백제 땅이었다가 고구려 장수왕 때 고구려 땅이 되었고 후에 신라와 백제의 각축장이 되었다. 후삼국시대에는 고려와 후백제가 서로 차지하려고 다툼을 했다. 백제 땅인데 자고 나니 고구려사람이 되고 다시 신라사람이 되었으니 전략적 중요성만큼 이 지역 민초들 삶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속설로 충청도 사람들은 속내를 알기 어렵고, 순하고 교양 있어 보여도 제일 강하다고 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러한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을 빗댄 예화들도 많다.

어떤 장사치가 순한 충청도 사람들을 보고, 이문(利文)을 많이 붙여서 팔았는데 군말 없이 사가서 옳다구나 했더니 잠시 반짝하다 폭삭 망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큰소리를 내며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지는 않지만, 두 번 당하지는 않는다. 유명한 코미디언 중에 충청도 출신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 생각엔 유머를 구사하려면 여유가 있어야하고, 잘난 척 하면 아무도 그 사람 얘기에 공감해 주지 않으니 겸손해야 하며, 웃게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니, 충청도 사람 기질에 부합하지 않나 싶다.

삼일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변절한 3명을 제외하고 30명 중 충청도 사람이 7명인데, 평안도 출신 11명 다음으로 많고, 현재 대한민국인 한강 이남지역에선 압도적으로 제일 많다. 충청도 다음으로 지금의 서울인 한성, 전라도, 경기도 출신이 각각 3명이니 인구비례를 따지면 더욱 놀랍다. 속내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충청도 사람들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의 신념을 온 천하에 들어내며 일제에 항거한 것이다.

지금도 충청도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때가 주기적으로 있는데, 바로 선거철이다. 여론조사기관들은 보통 표준오차를 ±5% 정도 두는데, 충청도 여론조사는 ±12%까지 넓혀 잡는다고 한다. 클라이맥스는 바로 당선(當選)의 유무인데, 역대 대통령 중 충청권에서 표를 못 받고 당선 된 예가 없으며, 국회에선 충청권에서 많이 당선되는 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두 세력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대세를 좌우할 열쇠를 쥔 제3의 표 혹은 표결을 좌우할 나머지 표를 가리키기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는 항상 충청도이다. 이렇듯 점잖지만 시대를 선도하고, 유머 있으나 경박하지 않고, 여유가 있지만 국가의 중요한 시기에 정확하고 빠른 결단력을 보여주는 충청도 사람은 충청도의 힘이다.

현재의 복잡한 시국에도 충청도는 타 지역에 비해 잠잠하다. 누구의 편도 함부로 들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며 분별력을 잃지 않는 것이 자랑스럽다. 민주주의는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듣는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것이 옳은지 판단하는 냉정함과 시간의 연단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보는 충청도인의 인내력과 지혜, 즉 충청도의 힘이 대한민국의 균형점이 되어주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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