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35일 만에 조국사퇴가 결정되었다. 조국이 남긴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서초동과 광화문 두 진영으로 갈라진 상처는 너무도 치명적이다.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분명 인재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 진영논리로 국민은 분열되고 있다. 상호 보는 각도가 너무 다르다. 이게 소모적인지 생산적인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이는 결코 국가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를 보면서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한 말에 대해서 수긍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조국이 사퇴하면서 국론분열이라고 번복한 말은 너무도 상반된 말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해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솔직하게 말한 점에 다소 수긍이 간다.


  조 장관의 퇴진은 임명 단계부터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었다. 문제는 시점이었던 것. 첫 번째 계기는 광화문과 서초동에 각각 모인 대규모 인파였다. 광화문에 조 장관 사퇴를 외치는 함성이 가득 찼던 다음 날 청와대 참모들은 "일부 시위대가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수 야당 등에서 동원한 것 같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이런 참모들의 보고를 들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 특유의 반응이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의 인식 차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규탄하는 5일 서초동 촛불집회가 끝난 뒤인 7일에도 여전했다.

당시 참모들이 작성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 초안에는 조 장관 관련 내용이 없었다. 극명하게 나눠진 민심에 문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했고, 결국 조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는 쪽으로 결심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저에서 광화문 집회의 함성이 들린다. 문 대통령은 3일 오후부터 다양한 경로로 '조국 정국'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고, 거취 결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론 분열에 따른 부담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는 얘기다.

7일 문 대통령의 수보회의 발언 이후 실시된 정무수석실의 자체 여론조사도 영향을 미쳤다. 조 장관에 대한 찬반, 윤 총장에 대한 찬반, 문 대통령의 지지율, 정당별 지지율 등이 주요 문항이었다. 조사 결과 조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가 맞는다는 응답은 70%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하락했다. 특히 중도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지율도 50% 선이 무너졌고,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뒤처졌다. 문 대통령의 결심이 더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여기서 우리는 국가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용히 생각을 가다듬어야  한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극한 분열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과 북이 갈라져있는 것도 모자라 남한 내에서 또 갈라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분열이 화합의 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서로를 보듬고 양보해야한다.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 너무 급조하지 말고 절차와 순서를 지켜야한다.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양보하는 미덕으로 사는 일등시민으로 거듭나야한다. 정당은 국민이 납득하는 수준으로 정당 활동을 해야 한다. 과도한 당리당략은 국민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진다는 점을 재인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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