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최근 SNS 글 중에서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있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뿐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글을 올린 지인은 요즘 세태를 빗대서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아마도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 물론 맞는 말이다. 다만, 변하든 변하지 않던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가을이라 그런지 변하는 것에 대해 논리보다 감성이 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젊은 날 죽을 것처럼 사랑했지만 맺어지지 못한 연인도 세월이 흐르면 잊게 된다. 젊은 날 애증이 있었다면, 중년 이후엔 애잔한 감상으로 변해간다. 영화 건축학 개론처럼 첫 사랑은 맺어지지 않고 또 다른 사랑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이성과 결혼도 하고 자식을 낳고 살아간다. 사랑하는 가족과 죽음으로 헤어지면 너무 슬퍼서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살아지는 게 삶이다. 죽음으로 헤어진 가족에 대해 매년 제사나 또 다른 방식으로 추모하면서 기억한다. 잊고 살다가도 그 날이 오면 과거 함께 했던 추억을 곱씹고 기억한다.

젊은 날 가졌던 뜨거운 이상도 세월이 흐르면서 차가운 이성으로 거듭나는가 하면, 미숙한 생각들도 나이가 들면 좀 더 성숙한 지혜로 거듭난다. 아기로 태어나 노인으로 숨질 때까지 인간은 매일 매일 변한다. 스스로는 안다. 매일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변하는지를. 하루하루 성장하고 매일 조금씩 늙어간다. 물론 다른 사람은 그 걸 알 수 없다. 부모조차도 아이들이 매일 변하는 것을 알 수 없다.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세계도 마찬가지다. 항상 변하고 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진화론을 쓴 찰스 다윈은 "강한 자나 똑똑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자가 살아 남는다"는 적자생존을 주장했다. 영화 대사처럼, '강한 편이 살아 남는 게 아니라 살아 남는 게 강한 편'이란 말도 설득력이 있다. 살아남는 것.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살아남는가도 중요하다.
 
무엇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한 선배가 최근에 회사를 떠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문자 한토막이 생각난다. "시작할때의 열정과 겸손은 어디가고 독선과 교만으로 직원들과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제가 이런 상태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회사와 직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세월 돌이켜보면, 그 때로선 최선이었음에도 항상 후회와 아쉬움이 남아 돌이켜 봅니다. 그때 만약 이랬더라면 이란 가정 하에 다양한 경우를 정리해 보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현재는 우리가 변할 수 있는 중요한 지금이다. 과거는 변할 수 없지만 미래는 변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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