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령 추모 자리 日잔재
市, 전문가 등 의견 거쳐 진행

[충청일보 박재남기자] 충북 청주시가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충혼탑 인근에 있는 일제 잔재인 '천지신단비(天地神壇碑·사진)'를 철거하기로 했다.

천지신단비는 1930년대 일제가 미신타파를 명분으로 일본 신사(神社) 신앙을 알리기 위해 전국에 세운 것이다.

일제는 1920년대 말부터 농촌 민중들이 납세거부와 소작쟁의로 일제와 친일 지주에 항거하자 조선총독부는 농촌진흥운동을 통해 통제를 강화했다.

반상회를 열어 식민 정책을 홍보하고 불령선인(不逞鮮人)을 색출해 조선 민중들의 저항을 탄압했다.

일제는 미신을 배격하고 일본 신사(神社)의 경신숭조(敬神崇祖) 신앙을 강제하기 위해 '천지신단'비를 전국에 세웠으며, 농촌진흥운동의 허울 아래 농촌을 통제하기 위한 사상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는 충북도 문화재위원회 강민식 전문위원과 충북대학교 박걸순 박물관장이 지금까지 수집·연구한 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청주시에는 사직동 충혼탑과 가경동 발산공원, 용정동에 천지신단비가 있었다고 하며 가덕면에도 세웠다는 신문자료(매일신보)가 있다. 

이중 용정동 천지신단비는 도시개발과 함께 유실되고 현재는 충북대학교 야외박물관(사직동 충혼탑에서 이전)과 가경동 발산공원 2개가 남아있다. 사직동 충혼탑에 있던 천지신단비를 1970년대 충북대학교로 이전하자 지역주민들이 일제통치의 잔재인 천지신단비를 마치 전통적인 산천 숭배신앙으로 잘못 이해하고 다시 설치했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지역주민의 오해로 잘못 설치된 천지신단비를 지역주민 및 전문가 등 의견을 들은 뒤 특별한 이견이 없는 한 철거 또는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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