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검은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살라'는 말이 옛 말이 될 정도로 우리의 결혼 문화가 바꿔져 가고 있다. 특히 황혼 이혼이 최근 10년 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지 30년 이상 된 부부의 '황혼 이혼'이 1만300건으로 10년 전과 견줘 볼 때 두 배 이상을 넘어 섰다.더구나 2012년부터는 20년 이상 살다가 이혼한 비율이 1위를 차지해 결혼문화를 흔들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혼 이혼과 황혼결혼을 꼭 부정적으로 볼 수만 없게 됐다.  무의미하게 지나온 세월에 대한 자기부정임이 분명하다. 황혼 이혼의 결단에 앞서 솔직한 대화와 공감으로 '다툼을 용해 해내려는 태도가 부족하지 않았나. 서로가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황혼 이혼 부부의 특성을 보면 미성년 자녀가 없고, 자식을 모두 키운 황혼부부의 절반이 넘는다는 이변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정 생활이 변하면서 황혼 이혼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황혼 이혼은 법률적 개념 정의는 없지만 통상 혼인 지속기간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을 말할 때 사용한다. 전체 이혼 건수 중 황혼 이혼 비중이 앞지르고 있어 우려하던 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황혼 이혼의 증가는 바람직하지는 않다. 황혼 이혼이 증가하는 우리 사회는 비정상이다. 가족의 소중함과 부부의 정이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 됐으면 한다. 건강한 노년 문화가 이뤄져야 고령사회에 대비한 사회문제를 최소화 시킬수 있다.  결혼은 남녀가 만나 백년해로해야 한다는 고전적 관념이 흐려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황혼 이혼과 함께 황혼 결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로 확산되는 듯하여 한편 안타깝다.

인간의 황혼은 편안함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역설의 시간'이다. 나이 들수록 체력은 떨어지지만 지혜는 커지는 모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짧은 식견으로는 세상 이치를 분별할 수 없었으나 황혼녘에서야 지혜와 올바름을 알게 된다.  현실에서의 황혼은 지혜로 삶을 관조하기보다 아쉬움에 몸부림치는 힘겨운 시간일 때가 적지 않다.

최근의 황혼 이혼 급증도 '방황하는 황혼'의 단면을 보여주는 셈이다. 지난해 '만 65세 이상'의 이혼 건수가 1년 전보다 각각 21.0%, 16.7%나 늘어 났다. 건강한 사회의 기본 단위가 '행복한 가족'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희로애락과 추억이 깃든 과거를 유쾌하지 못한 기억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황혼 이혼은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인들의 '건강 수명'이 점점 길어진 데다 일하는 노인이 많아진 점을 감안하면 노인 인식도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자연스럽다는 얘기가 나온지 오래다. 유엔은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으로 분류하는 새 기준을 2015년에 제시한바 있다. 그 기준에 따르면 '80세 이상'이 노년이다. '인생은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내려갈 때 보게 되는 등산과 비슷하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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