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정시 비중 확대는 현 정부가 펼친 교육 혁신 방향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보수 정부가 취하던 수시 확대까지 거꾸로 돌리는 것이어서 굉장히 당혹스럽다. 현 정부가 혁신안으로 내놓았던 고교학점제가 2025년이면 전면 시행되는데 정시 비중을 늘린다는 것은 고교학점제와 완전히 반대되는 일이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교육부는 최근 대입제도 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여러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돼 학종으로 발전한지 12년 만에 처음 시행된 조사다.

 교육부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학종 선발 비율이 높거나 특정 고교 출신 선발이 많은 13개 대학의 2016~2019학년도 대입 전형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교 유형별 서열 구조의 고착화가 드러났다.

 고교 유형 별 합격률을 보면 과학고·영재고가 26.1%로 가장 높았으며 외국어고·국제고가 13.9%, 자사고 10.2%, 일반고 9.1% 순이다.

 과학고·영재고의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높다.

 고교 소재지 별로는 서울 지역 학생들이 지방 학생보다 학종 선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일부 고교가 편법으로 과거 졸업자의 대학 진학 실적이나 학생 어학 성적 등을 대학 측에 제공한 사실도 밝혀졌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드러나는 내용이 들어간 게재 위반이 366건, 표절로 추정되는 자소서도 228건에 달했다.

 특기자 전형에서 어학 능력 등을 자격·평가 요소로 설정, 특정 고교 학생이 일부 계열에서 합격자의 70%를 차지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학종의 문제점이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시 확대를 밀어붙이는 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교육을 조장해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정시 확대의 가장 큰 역기능이기 때문이다.

 정시가 고소득층 자녀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여러 교육 관련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평균 가구소득과 수험생의 수능 평균 점수를 비교 시 소득과 점수가 비례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2018 교육여론조사'에서 월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이 수능 위주의 정시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고 나타난 이유다.

 학교 현장에서도 발표·토론 대신 문제풀이 식 수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결국 미래 교육의 목표인 창의적인 인재 양성은 다시 요원한 일이 돼버리고 말 것이라는 게 우려의 이유다.

 대입 제도는 자격증 시험 절차가 아니다.

 학생·학부모·교사는 물론 교육 관련 기구나 기관마다 관점이 다르고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섣불리 손댈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각계 인사 1400여 명이 "조국 사태로 뜻밖에 불거진 한국 교육의 문제를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를 통해 해결하려 함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시국선언문을 냈다.

 교육감협의회도 정시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교육부는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여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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