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금제 '유명무실' … 돼지열병 확산 우려
환경부 "자가소비 엽사들, 포획단서 제외해야"

[충청일보 배명식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운영 중인 야생 멧돼지 포획단이 잡은 멧돼지의 상당 부분을 자가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SF를 막기 위한 포획단이 오히려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11개 시·군에서 엽사들이 포획한 멧돼지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올해 들어 도내에서 포획된 야생 멧돼지는 7424마리에 달한다.

1∼9월 잡힌 3857마리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ASF가 발생한 후 포획이 본격화된 지난 달부터 이달 11일까지 하루 85마리꼴인 3567마리가 잡혔다. 이 가운데 소각·매몰되는 멧돼지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70% 가량은 엽사들이 자가소비했다.

지난 11일 하루 동안 도내에서 122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됐는데, 33마리만 매몰·소각됐을 뿐 89마리는 엽사들이 자체적으로 소비했을 정도이다.
자가소비는 엽사들이 멧돼지를 잡아 집으로 가져가 조리해 먹거나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고기를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퍼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엽사들의 자가소비를 막자는 취지에서 이달 초 1마리당 20만원의 포상금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가소비가 포상금 신청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환경부는 포획된 야생 멧돼지가 자가소비되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자체에 공문을 발송, 포획한 멧돼지를 자가소비하지 말고 소각·매몰하거나 사체를 고온 멸균하는 렌더링 방식으로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것도 어렵다면 사체를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통에 넣어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라고 강조했다.

자가소비를 금지하는 대가로 마리당 20만원의 포획포상금을 지난 달 28일 자로 소급해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에 따라 청주시와 괴산군 등 도내 일부 시·군은 포획한 멧돼지를 한데 모아 렌더링하거나 매몰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가 멧돼지 처리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엽사들의 자가소비를 원천적으로 막을 대책은 없다.

유해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포획하는 엽사들이 멧돼지를 소각·매몰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획포상금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환경부에 포상금 지급을 신청한 엽사나 지자체도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야생 멧돼지 자가소비를 금지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처리하라는 취지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라며 "포상금까지 도입해 자가소비를 막고 있는데, 엽사들이 이를 어길 경우 시·군이 해당 엽사를 멧돼지 포획단에서 제외하는 등 강력한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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