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경택 충북향토사연구회장

[기고] 길경택 충북향토사연구회장

2019년 4월 청주에서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을 위한 도민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관심있는 많은 문화계 인사들과 도민들이 모여 결의문을 채택하며 박물관 건립에 힘을 보탠 뜻깊은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채택된 내용 중 인상 깊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충주가 한강의 중심에 위치하므로 한강문화를 말할 수 있는 박물관 건립이 절실하며, 이는 국립박물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며 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노골적 움직임에 저항하기 위해 남한에서 고구려를 말할 수 있는 충주에 고구려 문화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한강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있고, 한강은 팔당댐부터 그 아래쪽 서울을 지나 서해로 들어가는 강만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강은 본류가 있고 지류가 있다. 본류에 수많은 지류가 합쳐지며 큰 강이 형성된다. 한강은 우리 한민족의 젖줄이라고 하며, 한강의 기적을 말하기에 원래 서울 근처만을 한강이라 해야 하는 것인가 착각했다.

한강의 발원지가 태백의 검룡소이니 만큼 충주를 지나 팔당에서 북한강을 합해 서울을 지나 황해로 들어가는 것이 당연히 한강의 본류다. 본류의 길이는 514㎞로 두물머리에서 황해까지 이르는 길이의 3배가 넘는다. 압록강·두만강·낙동강 다음의 긴 강이고, 유역 면적은 압록강·두만강 다음이다. 이곳에 한민족의 시작이 있고, 역사와 문화가 있고, 미래가 있다. 한강 지류인 북한강에는 국립춘천박물관 있다. 그러나 본류에는 아직 한강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국립박물관이 없는데, 이를 충주에 설립해 한강문화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여행 중 장군총에 가서 고구려를 말하려 하면 언제부터인가 눈치를 봐야 했다. 동북공정이 시작되고부터는 고구려가 우리 역사가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특히 남북이 갈라져 있는 지금, 우리는 고구려에 대한 역사의식이 점점 희박해져 간다. 우리나라에 고구려 역사와 문화를 말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서 박물관 건립이 절실하다. 남한에서 그것을 할 수 있는 곳은 충주가 유일하다. 물론 최근 다른 도시에서 아차산 보루성이 발굴돼 주목받듯 고구려 유적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구려 비석을 갖고 문자로 고구려사를 말할 수 있는 곳은 충주뿐이다. 여기에 고구려 집터와 무덤, 불교 유물 등을 함께 설명할 수 있는 곳이 충주다.

중국 통구에서 본 광개토대왕비, 집안박물관 입구 집안고구려비를 국립충주박물관에서 보면 좋겠다. 충주 고구려비를 보며 사신도와 개마무사를 소개하고, 강대한 고구려의 역사를 손자·손녀에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신날까? 이런 이유만으로도 당연히 국립충주박물관은 건립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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