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북한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친서가 국무위원장에 대한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면서 "현 북남 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남측의 성의는 고맙지만 위원장이 부산에 나가야 할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참석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기 위해 친서를 보낸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통신은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차례나 (김정은)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흐려질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남조선 당국도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의연히 민족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슨 일에서나 다 제 시간과 장소가 있으며 들데,날데가 따로 있는 법"이라며 "과연 지금의 시점이 북남수뇌분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모처럼 찾아왔던 화해와 협력의 훈풍을 흔적도 없이 날려 보내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이 종이 한장의 초청으로 조성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이어 "북과 남사이의 근본문제,민족문제는 하나도 풀지 못하면서 북남수뇌들사이에 여전히 대화가 이루어지고있다는 냄새나 피우고 저들이 주도한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넣어보자는 불순한 기도를 무턱대고 따를 우리가 아니다"며 "우리와 크게 인연이 없는 복잡한 국제회의마당에서 만나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을 어찌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서 북남 수뇌분들이 두 손을 높이 맞잡은 역사적 순간에 비길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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