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지난 2014년 개봉한 한국 영화 '명량'은 누적 관객 수 1762만명을 기록했다.

 당시 이 영화를 안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을 정도로 그 열풍은 대단했다.
 

 그런데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한 소리이지만 '명량'이 기록한 관객 수가 정말 영화 자체가 좋고 재미 있어서 세워졌다고는 볼 수 없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가 개봉 나흘 만에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토요일이었던 23일 하루에만 166만명이 넘게 이 영화를 봤다.

 일단 작품의 흥행 요인은 영화 자체의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 했다면 이같은 수치는 불가능하다.

 관련 집계에 따르면 '겨울왕국2'는 지난 24일 전국 2648개 스크린에서 1만615회 상영됐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상영 점유율이 73.9%이니 극장에서 영화 10편이 상영된다면 그 중 7편 이상이 '겨울왕국2'였다는 얘기다.

 이같은 한 작품의 스크린 장악은 그만큼 다른 영화를 볼 기회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일례로 지난 13일 개봉한 한국 영화 '블랙머니'는 '겨울왕국2' 개봉 전날까지 하루 80만~90만석의 좌석을 점유하고 관객 수 140만명을 넘기며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겨울왕국2'가 개봉하자 좌석은 30만석 대, 관객은 6만명 대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스크린 독과점은 한국 영화계에선 이미 고질적인 병폐다.

 특히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작품들이 개봉할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다.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4탄인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경우 77.4%의 상영 점유율을 기록했다.

 비단 할리우드 등 외국 영화 뿐 아니라 한국 영화 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명량'을 비롯해 '택시 운전사', '신과 함께' 등이 개봉 당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렀다.

 극장이 골라주는 영화가 아니면 관객들은 보고 싶은 작품이 있어도 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지역 극장에서는 아예 상영을 않거나, 하더라도 조조나 심야 등 보러 가기 불편한 시간 대에 배정함은 물론 교차 상영으로 시간을 맞추기 힘들게도 한다.

 스크린 독과점은 한국 영화산업을 해치는 근본적인 문제로 매번 지적돼 왔다.

 영화 산업의 경쟁을 제한하고 다양성을 깨버리며 관객의 선택권도 제약하기 때문이다.

 법적·제도적으로 영화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늘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방안이 특정 영화에 배정되는 스크린 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의 수요에 맞춰야 함이 1순위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규제로 수요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산업이면서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예술이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독과점 식 배급 구조 때문에 작품을 만들어도 상영관에 걸 수 없다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영화는 볼 수 없게 된다.

 특정 영화 배급사나 극장의 양식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

 관련 법을 개정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세워야 한다.

 길게 봐야 함에도 단기간에 많은 관객을 유치하려는 성급함이 앞선다면 결과적으로 영화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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