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12월 25일은 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기는 크리스마스이다. 물론 이 날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이유는 각자가 다 다를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유로 이날을 기념한다고 해서 그날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을 구원했다고 믿는 예수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예수가 태어날 당시 상황에 대해 조금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기 예수가 태어나자 하나님의 천사들이 들에서 양들을 돌보고 있던 목자들을 찾아간다. 깊은 밤 밝은 광채를 두르고 나타난 천사들을 보며 목자들은 두려움에 떤다. 그러자 천사들은 그들을 안심시키며 자신들이 찾아온 이유를 이와 같이 말한다.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10-11)

천사들은 아기 예수가 태어난 사실을 그 누구보다 먼저 늦은 밤까지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에게 전했다. 그럼 왜 목자인가? 우리는 질문할 수 있다. 성경에서도 목자는 그리 좋은 직업으로 소개되지 않는다. 어렸을 적 양을 지키던 목동이었던 다윗은 아버지 이새로부터도 인정을 받지 못했었다.

선지자 사무엘이 이새에게 그 동네에 가서 하나님을 위한 제사를 지낼 것인데 그 때 온 가족과 함께 와서 참석을 하라고 소식을 전한다. 이새가 아들들과 함께 참석을 하면 그 중에서 하나님이 사울의 뒤를 이을 새로운 왕을 고르실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새와 함께 온 모든 아들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않으신다. 이에 사무엘은 이새에게 혹시 또 다른 아들이 있는지를 물어본다. 그때서야 이새는 자신의 막내아들이 있는데 그는 지금 양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데려오지 않았다고 대답을 한다.

이처럼 목자라는 직업은 그리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천사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목자들에게 예수의 탄생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전했는가? 사실 그 당시 온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분봉 왕 헤롯도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이 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마냥 기뻐하는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다. 크리스마스는 그 누구보다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있어 가장 의미가 있는 날이다. 왜냐하면 예수는 바로 그와 같은 작고 약한 자들을 위해 이 땅에 오셨기 때문이다.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를 찾아와 당신이 정말 우리가 기다리던 메시아가 맞는지를 묻자 예수는 이와 같은 말로 답을 대신한다. “너희가 가서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마 11:4-5)

예수의 탄생은 그 누구보다 목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쁜 소식이다. 그것이 진짜 크리스마스의 의미인 것이다. 크리스마스마다 어린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는 산타클로스의 유래는 사실 이와 같은 크리스마스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성 니콜라우스 주교는 다른 사람들 몰래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도와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한다. 그 일화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날 너무 가난하여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몰래 선물을 주었는데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산타클로스에 관한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실 여부가 무엇이던 간에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때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전하며 기뻐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올 해 크리스마스만큼은 나 혼자만 즐거운 날이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그런 날이 되도록 노력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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