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내년 4·15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지난 17일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정작 경기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선거 룰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와 몸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 선거 운동용 명함 배부, 지지 호소, 후원금 모금 같은 선거운동을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예비후보 등록을 주저하거나 등록하더라도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청권에선 지난 20일 현재 총 62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세종 10명을 비롯해 충북 16명, 세종 17명, 충남 19명 등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선거구가 재편될 경우 큰 혼란이 예상된다. 지역구 득실에 따라 조금이라도 유리한 지역을 찾아 출마지를 변경하거나, 쟁쟁한 경쟁자들이 몰려 포기하는 등 후보자들의 대규모 지각 변동이 전망된다. 새로 포함된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려야 함은 물론 지역 별 특성에 따라 선거운동 방식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안갯속이다. 한 석이라도 더 얻는 데 유리한 제도를 만들려는 당리당략이 부딪히며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석패율제를 놓고 대립하며 '밥그릇 싸움' 비판을 자초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는 민주당의 석패율제 거부 이후 특별한 접촉 없이 냉기류를 이어갔다.

그동안 패스트트랙을 견인해 온 '4+1' 대오가 자중지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개혁법안 처리가 해를 넘길 경우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 매몰돼 스스로 내세운 대의를 저버렸다는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게임의 룰인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 제1야당을 배제한 원천적 한계에다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4+1' 협의체 구성 자체의 근본적 모순이 터져 나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장외집회를 이어가며 패스트트랙 결사 저지에 나선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의석 확대를 위한 '비례한국당'을 만드는 방안을 공식 언급함에 따라 패스트트랙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4+1 협상 과정에서 안 그래도 불완전했던 패스트트랙 원안이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협상 자체를 야바위로 조롱하는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국민 대표를 뽑는 21대 총선이 불과 넉 달도 안 남았다. 규칙 마련을 더 미뤘다가는 대사를 그르칠까 우려된다. '최악의 식물 국회'란 오명을 듣고 있는 20대 국회. 언제까지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을 것인가? 선거법이 늦게 개정된다면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라도 여야는 차질 최소화를 위해 선거법 합의 처리에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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