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매일 아침 길을 나섭니다. 하루라는 길을.우리는 하루라는 이름으로 시작 되는 날들을 앞세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터로 혹은 무엇이 되었든 각자의 할 일들을 위해 매일을 시작 합니다. 그렇게 지내 온 시간들이 일 년 단위로 매해의 시작과 끝을 그 의미로 둡니다.  봄! 언 땅이 풀리는 시기입니다. 초록의 싹들이 대지를 뚫고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각각의 걸음으로, 제 각각의 잣대를 움켜쥐고 세상을 향해 한발 한발 발자국을 띄어 놓았습니다. 어느 순간엔 꽃샘바람의 냉소에 지치기도 하고 때론 온화한 햇살과 보드라운 봄비에 한없는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걸어가는 이 길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은 담금질로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지치고 힘들어 제 자리에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태풍이 바다를 건너 올 때면 한 순간에 모든 걸 빼앗기기도 했습니다. 지금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서있는 곳에서 가야 할 방향을 선택하고 걷고 있긴 합니다만 제대로 가는 일이 무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시간의 덫에 걸려 다만 오늘도 빙글빙글 돌고만 있습니다. 돌다보니 제 자리! 어느덧 시간은 또 다른 숫자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일 년 전 이맘때도 지금처럼 똑같은 그림이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지난 간 시간들을 되돌아봅니다. 부족하고 아쉬웠던 시간들을 두고, 결과론적으로 해석을 합니다. 지나 간 시간이기에 더욱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들이 부족하고 조금은 모자랐기에 오늘, 성장 하는 것이라고 위안을 얻습니다. 그러므로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날들로 향하기 위해 마음의 다짐을 좀 더 단단히 하고 새로이 시작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해마다 년 말 연시가 되면 늘 그래왔습니다. 어제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설렘이 있어 가슴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이 설렘보다 더, 앞을 섭니다. 헤쳐 나가야 할 미지의 시간들이 어떨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여기까지 함께 올 수 있어서, 힘들고, 또한 힘겨웠지만 모두 다 함께 도착했고 또 다시 시작되는 2020년의 출구 앞에 함께 서 있습니다. 천천히 가든, 빨리 가든, 그 자리에 서있든 우린 언제나 함께 도착하고 시작합니다. 
 
새날! 새해에 이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기운들이 넘쳐나기를 기원 드립니다. 어제보다 나은 우리 모두의 내일을 향한 간절함으로.  아픈 이들에겐 건강을,일자리가 없는 이들에겐 일자리를,누구든 절실하게 바라고 원하는 일들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경자년 2020년엔 우리 하나 하나 원하는 소망들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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