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 성명학 박사

 

[세상을 보며] 김형일 성명학 박사

거꾸로 가는 비 내리는 속도는 초속 약 5미터, 눈 내리는 속도는 약 초속 5센티미터이다. 이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초속 5cm’는 개인의 추억과 그리움의 향수를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남녀는 학창시절 일부분을 함께 보내며 마음을 주고받았지만 결국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간다. 그들의 시간은 점점 다르게 흘러간다.

우리 인생의 속도는 몇일까? 어떤 목적과 방향으로 흐르는가? 요즘 가수 에일 리가 SNS에 올린 글이 명언으로 떠오르며 회자 되고 있다. 그녀의 말마따나 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빠르지만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뒤쳐진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25세에 CEO가 되어 50세에 사망하고 어떤 사람은 50세에 CEO가 되어 90세까지 산다. 오바마는 55세에 은퇴했으나 트럼프는 70에 시작했다. 그녀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대에서 일하고 있다. 사주 또한 마찬가지다.

인생철학의 잣대 사주학도 5년 마다 맞이하는 대운(大運)을 보고 자신의 시간과 속도를 따져본다.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절에 따라 흘러가는지 아니면 한 계절에 멈춰있는지, 거꾸로 가는지를 말이다. 태어난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르게 작동한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남편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녀의 배우자는 명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선택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15여 년 동안 열심히 근무하여 부사장까지 올라갔지만 회사 경영난으로 자진 퇴사하고 재취업 준비를 했다. 6개월 후 먼 타지방으로 취업을 하였으나 전처럼 또다시 경영난 문제로 퇴사하여 재취업 준비 중이다. 그녀는 자신의 배우자가 본인 능력과 성품, 노력에 비해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답답해했다.

배우자가 태어난 날(日)은 기토(己土)이고 태어난 달(月)은 축월(丑月)이다. 이때는 일 년 중 가장 추운 소한(小寒) 절기이다. 동지보다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지만 대륙의 차가운 고기압 영향으로 추위가 강하게 몰려온다.

『여씨춘추』「십이기」에서도 이 시기를 생장소멸(生長消滅) 중에서 멸(滅)에 해당되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의 태어난 달(丑月)은 토오행(土五行)이지만 땅 속에 차가운 결정체가 왕성하여 매섭도록 춥다. 그의 대운을 보자면 20대 중반까지는 봄날의 따스한 햇볕아래 초목이 뿌리 내려 자리를 잡는 모습이지만, 40대 중반에 토와 금오행의 대운(大運)이 들어서면서 다시 혹독한 계절로 되돌아가고 있다. 즉 계절이 거꾸로 흐르는 형국이다. 그의 경우 사회초년생 같은 초심으로 돌아가 직장생활을 해야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운명의 시간은 흐른다. 순수함을 뜻하는 노란돼지(기해년, 己亥年) 해는 가고 인간적이지만 세심한 흰쥐(경자년, 庚子年) 해를 맞이하였다. 이 시점에 자신의 시계방향은 어디로 가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하였다. 나의 계절을 알고 준비하면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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