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나치 독일이 유럽을 장악했을 때 폴란드도 그 중 한 국가였다. 폴란드의 레지스탕스(Résistance : 저항)운동가들은 나치에 저항하여 싸웠고 그들은 영웅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동구권을 장악하고자 했던 소련은 그들을 나치 앞잡이로 몰아서 소련이 폴란드를 해방했다는 명분을 만들었고, 영웅이었던 레지스탕스 운동가 16명을 끌고 갔다. 그리고 소련에서 재판을 열었다. 비록 대본이 있는 재판이라도 서방국가의 눈치가 보인 소련은 이들의 자백이 필요했다.

고문하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하며 한 명씩 자백을 받아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레지스탕스 운동가가 이를 거부했다. 16명 중 15명이 도장을 찍고 변절했으나 그는 끝까지 버텼다. 그리고 그가 버텼기 때문에 본인뿐만 아니라 나머지 15명도 모두 끌고 폴란드로 귀환할 수 있었다.

후에 사람들은 그에게 질문했다. 영웅으로 보상과 박수를 받아도 시원찮은데, 억울한 재판과 고문을 견뎠으니 참 대단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어마어마한 고문이나 도덕적 공격보다 더 힘든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함께 했던 동료들이 나를 나치의 앞잡이라고 도장을 찍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동료들과 대질심문을 하면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그러면 이 사람이 그 고통과 억울함을 이긴 비결은 무엇인가? 그는 동료들이 한꺼번에 그를 비난하고 몰아세울 때 그것을 그냥 받아들였다고 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변호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덮여진 악한 누명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자신의 죄를 부인하지 않았고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믿었다고 한다. 만약 신앙이 있으신 분이라면 본받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종교가 없는 경우는 어떠한가? 흠 없는 휴머니스트가 되기를 포기하면 된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성인으로 태어나 평생을 마치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뒷담화를 하며 당신에 대한 루머를 만들거나 사과 받아야 할 당신을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완벽한 휴머니스트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잘못된 상황이 시간의 여과지를 통과하여 당신을 들어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특히나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험은 계속 될 것이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진실은 한 마디면 되지만, 거짓말은 진실을 막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 하고, 반성하지 않는 이상 그 행동을 평생 반복해야한다. 그러다가 결국 무너진다. 의(義)를 위한 고통은 헛되지 않으니, 혹시라도 억울한 일을 당한 분이 있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2020년 경자년에는 불의하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분들이 좀 더 줄어들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상적이고 정직한 시스템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소통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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