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몸담고 있는 여행 모임 총무가 신년 여행 관련해 전화를 했다. ‘경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자문해 달라는 것. 이 모임은 벌써 10년이 넘게 여행을 함께한 사이여서 경비를 어떻게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모임이다. 그런데도 총무는 여행 경비를 어떻게 지출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총무의 고민은 ‘여행 전체금액을 모두 지원’ 하느냐 ‘일부만 하느냐, 일부만 한다면 그 비율을 얼마로 해야 하느냐’ 등이다.

관행은 총 경비의 절반을 모임 회비에서 지원, 나머지는 여행가는 사람이 부담하는 내용이다. 총무가 조언을 구하기에, ‘관행대로 절반을 부담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이번에는 일정이 좀 길고 경비가 많이 들어서 관행대로 하면 개인 부담이 커질 것 같다”는 응답이 왔다. 그렇다면, 개인부담을 좀 줄이는 차원에서 비율을 정하지 말고 10만원이면 10만원 20만원이면 20만원을 내자고 의견을 냈다.

모임 총무도 좋은 의견이라고 찬성했다. 회원들에게 수익자 부담 회비를 절대금액으로 선정해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안에 서로 동의한 셈이다. 총무와 여행경비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 경비지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우선, 여행모임 회원들의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행을 좀 더 자주 가면서 경비도 더 많이 지원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1년에 두 차례의 여행을 갔다면 한 번 더 늘려 3번으로 하고, 경비 지원도 절반을 넘어서 더 많이 후원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나이가 먹는다는 건 여행을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비가 한정돼 있으니 여행을 좀 더 좋게, 럭셔리하게 하려면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1년에 한차례를 가고, 좋은 곳으로 선택해 회비를 집중 지원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생각은 회비를 좀 더 많이 모아서 좀 더 자주 여행을 다니는 방안 등을 생각했다. 잘 되는 모임은 회비 지출에 대해 구성원들이 만족감을 느낀다. 반면 잘 안 되는 모임은 그 사용에 대해 회원들이 불만을 갖는다. 불만을 갖다보니 회비를 잘 안내게 되고, 회비가 잘 안 모이니 모임을 끌어갈 원동력이 떨어진다. 그러면, 결국 그 모임은 파국으로 가게 된다.

잘되는 모임이 되려면 우선 회비가 잘 걷혀야 하겠지만, 지출을 잘해야 한다. 모임 구성원들이 회비지출에 대해 동의를 넘어서서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면 성공이다. 여행모임의 경우 여행이 마무리된 뒤 ‘이 멤버들과 또 가고 싶다’고 느끼게 되면 성공이다. 이 경우, 지출이 많아도 구성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된다. 결국 함께해서 행복했다면 그 지출이 ‘행복지출’로 느껴지게 된다. 이 경우엔 추가 회비를 내라고 해도 군소리 없이 계좌이체를 하게 된다.

반면 ‘이 멤버들과 계속 다녀야 하나’ 하고 느낄 경우에는 회비지출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그 비용이 아주 적게 들더라도. 이런 모임은 빨리 정리하는 게 모임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회비가 아까운 모임을 지속하다보면, 아주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게 되며 서로에게 비난과 비방만 남게 된다. 새해에는 이런 모임을 빨리 정리하는 게 좋을 듯하다. 모임을 만들고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잘못된 모임, 만남을 빨리 정리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새해에는 좋은 모임만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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