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문화 실천 기업들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 '피프틴'은 수익금 전부를 문제아 교육에 투자한다. 사기, 폭력, 절도 등 골칫덩어리 아이들을 최고의 셰프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휴가철에는 관광객 예약이 몇 개월 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는 고급레스토랑인데 이들 셰프의 손끝에서 나오는 솜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암스테르담, 콘월, 멜버른 등에 분점을 두고 있으며 깊이 있는 전통의 맛과 감각적인 젊은 맛이 조화를 이룬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티치 포 아메리카'는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이 2년 동안 빈곤 지역의 공립 초·중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얼마 전 미국 워싱턴 d.c.의 교육감이 된 한인 2세 미셸 리 씨도 이곳 출신이며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이 앞 다퉈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도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서서히 두각을 보이고 있다. 폐자재를 활용해 악기를 만들고 연주를 하는 '노리단'은 대표적인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은 공연 이벤트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공연, 교육, 디자인 등 재능에 맞는 다양한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환경보존과 나눔을 강조하는 '아름다운 가게'는 버려지기 직전의 물건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장터를 전국에 87개나 두고 있으며 이웃 사람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나눔과 봉사, 사랑과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청소년, 여성 가장, 이주 여성 등 다양한 구성원이 요리를 매개로 뭉친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경우도 바른 먹거리를 추구하며 수익금의 50%를 재료비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사회적 기업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 문을 연 다문화식당 '일곱색깔 밥상'은아시아 각국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모국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 수익도 창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갖가지 이국냄새가 가득하고 고슬고슬한 희망을 짓는 그들의 열정이 아름답다. 천주교재단 '프란치스코 집'에서는 장애인 40여명이 화장지와 면장갑 등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집에만 머물던 젊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출근해서 일하고 동료들과 어울려 사회적응도 하며, 덤으로 일자리까지 갖게 된 것이다. 또 콩버거 가게 '올리'는 친환경 로컬푸드 운동을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는 등 충북지역에만 20여개의 사회적 기업이 운영중이고 협의체를 구성해 상생과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와 수익창출은 물론 나눔문화를 실천하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지나치게 기업의 이윤추구에만 몰입돼 있는 자본주의 시장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의 건전한 거버넌스를 만들 수 있어 미래지향적 기업형태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제대로 된 기획과 마케팅이 가미된다면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어 더더욱 주목받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려면 제도개선, 프로그램의 다변화, 전략의 차별화가 전제돼야 한다. 마치 동정에 호소하고 지역사회에만 몰입하는 식의 사업 추진은 곤란하다. 더 큰 세계, 더 먼 미래, 더 알찬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정부나 자치단체에서는 다양한 지원과 발전을 위한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며, 특히 시장성은 떨어져도 지역 발전과 문화향수 또는 문화복지 차원에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국악이나 무용을 대중화 하고 전통음식과 전통공예를 상품화하며 지역별로 차별화된 문화브랜드를 만드는 일, 그리고 자연과 생태를 소재로 한 브랜드 전략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존경받고 신뢰받는 사회, 차별없는 아름다운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 변광섭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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