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기고] 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밥 한번 먹자’는 일상에서 우리들이 쉽게 주고받는 대표적인 인사말이다. 서로의 친근감을 표현하는 언어로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나누길 원하는 관계일 것이다. 이렇듯 밥은 서로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특히, 우리 민족의 경우 밥은 주식으로서 그 애착이 유별나다. 최근 유행가의 가사처럼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던 보릿고개 시절에 밥은 곧 생존과 직결되었기에 유난히도 우리 국민들은 밥을 중시해 왔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의 안부를 물을 때도‘밥은 잘 챙겨 먹고?’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요즘은 점차 그 쓰임새가 줄어들었지만 식구(食口)와 식솔(食率) 또한 먹고 사는 것이 우리 문화의 중심이었음을 말해 준다. 전통적으로 대가족 시대에 식구는 곧 가족을 의미했고, 식솔은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의 수, 즉 그 집안의 크고 작음을 대변해 주었다. 언제 부터인가 소위‘먹방’그리고‘쿡방’들이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들을 장악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들을 탐방하기도 하고 직접 요리를 선보이며 먹음직스런 맛있고 영양이 가득한 독창적이고 향토색 짙은 음식들을 소개하면서 그 인기가 날로 더하고 콘텐츠 또한 다채로워 지고 있다.

최근 100세 시대가 도래 하고 1인 가구수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먹거리의 중요성은 한층 부각되고 있다. 좋은 약과 좋은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동양에서의‘약식동원(藥食同源)’과 무엇을 먹는지가 바로 자신의 몸을 결정한다는 서양의 격언‘You are what you eat!’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늘상 즐기는 먹거리는 우리의 건강한 삶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굶주린 배를 채우던 양(量)의 시대에서 자신의 체질과 입맛에 맞는 음식을 즐기는 질(質)의 시대로 바뀌었다. 쌀, 보리, 고구마, 부추, 호박, 마늘, 수박, 포도, 대추 등 모든 곡물과 채소, 과일 등은 각각이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하는데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물론 독특한 기능성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다. 이제 식품을 뛰어 넘어 화장품과 의료의 원료로 그 쓰임새가 넓혀지고 있다.

2019년도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59.2kg으로서 30년 전인 1989년 121.4kg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옛말이 되었다. 식사를 대체하는 가공식품의 소비 증가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나 쌀이 탄수화물 덩어리라는 그릇된 인식 속에서 다이어트의 적으로 취급된 탓도 있다. 하지만 밥 100g당 칼로리는 145㎉로서 같은 양의 빵 260㎉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며, 지방 함량도 밀가루의 4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살을 빼려면 쌀밥이 중심인 한식을 먹어야 한다. 기운(氣運)을 얻으려면 기(氣)안에 숨겨져 있는 쌀(米)을 찾아 즐겨야 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소셜미디어(SNS)의 활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디지털로 인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대면(face-to-face)하며 소통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시대에‘밥 한번 먹자’는 서로를 직접 이어주고 마주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맛있는 식사를 즐기며 나누는 담소는 삶의 활력소이자 오랜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인친, 페친, 트친을 늘려가는 것보다 더 늦기전에 실친(실제친구)들과‘밥 한번 먹자’고 권하며 밥심으로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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