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에서 oecd 각료이사회가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의장국이었던 한국은 이 회의에서 침체된 세계 경기 회복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친환경 산업 육성을 제안해 주목을 받았으며, '녹색성장'을 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내놓았다. 친환경 정책이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꺼려했던 다른 회원국들도 녹색성장이 고용창출과 관련 산업 성장 등의 면에서 볼 때 장기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에 폭넓은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한국은 친환경 정책에 매우 앞장선 시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 이제는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녹색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더 효과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정책을 결정하는 몇몇 사람들이 그러한 가치판단을 하였다고 해도 국민들이 이에 동조하고 호응하지 않는다면 녹색캠페인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만간 다가올 미래 사회의 문제를 남보다 조금 일찍 파악하고 필요한 처방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경제 발전 이외에도 다양한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판단을 하기 전에 우리는 근거가 되는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노력하는 방향이 올바른 것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즈음 역점을 두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초점은 석유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연 자원을 활용하자는 데 있다.

그 예로 동물들이 배출하는 탄산가스, 쓰레기로부터 나오는 메탄가스, 태양에너지 등의 이용이나,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의 개발 등으로 현재 석유로 운영되는 것들을 대체하려는 노력이 이에 해당한다.이러한 노력을 통해 석유로부터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줄어들게 되면 이로 인해 야기된 지구온난화의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인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추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시작되면 경제적 부담이 굉장히 클 것이다.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은 기온의 변화로 인해 일어나는 자연 재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도에 미국 뉴올리온즈를 강타했던 허리케인과 같이 기후 변화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일어난 재앙이었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이상 기상 현상을 일으키는 엘리뇨와 해수면 온도가 낮아져 일으키는 라니냐 등의 피해도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투머로우라는 영화를 보면,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게 되면서 바다 수면이 높아지고 해류와 파도의 변화로 인해 해변에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기도 하고, 허리케인, 우박, 장마 등이 기상 이변이 일어나는 상황이 잘 묘사돼 있다. 또한 북극의 민물이 바다로 들어오면서 바닷물이 덜 짜게 돼 바다 생태계도 변화하게 된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의 자연재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영화의 끝은 기상 이변으로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묘사돼 있다. 실제 일부 지질학자들은 약 1 만 년 전에 신생대의 네 번째 빙하기가 끝나고 현대의 인류의 문명이 발달했다고 한다. 지금은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의 간빙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북극의 빙하가 녹는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 아니라 온도가 올라가는 간빙기의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 현재 지구의 온도 상승의 직접 원인은 온실가스 때문임이 증명됐기 때문에 우리는 빙하기가 다가오는 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눈앞에 닥친 지구 온난화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마 우리가 오래 살아서 앞으로 다가올 빙하기를 맞는다고 해도, 간빙기의 온도 차이는 약 6도 정도 밖에 안 난다고 하므로 추워서 인류가 멸종하는 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야기된 기상 이변을 걱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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