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몸이 건강해야 대권을 잡아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사람의 머리는 빌릴 수 있지만 건강은 빌릴 수는 없다고 단언한 정치가가 있다. 사십대부터 대권의 꿈을 키우면서 한 평생을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힌 적이 없는 그 사람은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짬만 나면 헬스클럽에 가서 단련하느라고 땀을 흘린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절대 권력이 있었던 임금도 신하를 잘 두어야 폭군의 위험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하물며 민주의 시대인 오늘날에야 더욱 사람을 잘 골라 쓰는 머리가 있어야 대권을 잡아도 쫓겨나지 않는다. 이대통령이 팔순의 노구를 끌고 하와이로 가야 했던 일도 따지고 보면 옆에 거느린 사람들을 잘못 둔 탓이었다.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말보다 된 사람을 찾아서 쓸 수는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고 말을 하면 표를 더욱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사람이 되어 있지 않으면 탈을 내는 신하가 될 위험이 항상 뒤따르기 때문이다. 주나라의 무왕은 은나라의 고을을 토벌하여 임금이 되었다. 임금이 된 무왕은 순임금에게는 다섯 신하만 있었지만 자기에겐 열 명의 신하가 있다고 자랑한 대목이 있다. 이 말에 대하여 공자는 인재를 얻기가 참 어려운 일인데 열 명이나 되는 훌륭한 신하를 둔 무왕은 당나라 때 요임금과 노나라 때의 순임금 이래로 가장 많은 좋은 신하를 두었다고 토를 달았다.

좋은 신하는 누구일까? 백성의 귀가 되어주고 백성의 입이 되어주는 신하일 것이다. 백성이 어디를 아파하고 어디를 긁어주어야 하는가를 알아서 있는 그대로 임금에게 알려주는 신하가 제일 좋은 신하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제 뱃속을 채우려고 임금의 귀를 흐리게 하고 임금의 눈을 어둡게 하는 신하는 간신일 뿐이다. 간신을 거느리고 놀아난 임금은 폭군이 되어 노략질을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므로 좋은 신하를 둔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길을 제대로 밟아 가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가 영민하면서도 사람이 되어 있지 않으면 술수를 쓰는데 재주가 있지만 다스림의 물길을 제대로 트는 데는 약아서 제 꾀에 제가 빠지는 꼴을 당하기가 쉽다. 약은 사람이 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법이다. 머리만 좋으면 이러한 낭패를 당하게 할 뿐이다. 예로부터 재주가 너무 앞서면 덕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사람이 머리를 빌리는 것보다 그 덕을 먼저 빌릴 줄을 알아야 건강을 유지하더라도 똑똑하고 당당한 대권의 주자가 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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