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것이 느닷없이 우리의 삶에 끼어들었다. 그로인해 마음이 불안하니 매사가 어수선하다. 꼭꼭 닫혀있는 베란다를 열었다. 주말인데도 주변이 고요하다. 평소 같으면 아파트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들로 활기가 넘쳤었다. 평일엔 일하느라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한 젊은 부부들이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공놀이도 하고 자전거도 태워주고 그네도 밀어주는 모습들이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했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 놀이터엔 아무도 없다.

놀이터뿐일까! 거리든 마트든 사람들의 행렬이 줄었다. 며칠 전 예식장을 찾았다. 마스크를 쓴 채, 혼주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고선 식사도 하지 않고, 모처럼 얼굴 본 지인들도 서로 다음에 보자고 돌아서들 갔다. 상가 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살아간다는 일에 있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연유든, 사람들과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는 일들은 삶에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기쁘든 슬프든 함께 모여 얼굴 맞대고 서로 정을 나누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바로 돌아 서야 하는 상황이 되니, 서로 어긋나는 듯한,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느껴진다.

전염성이 강한 중국 우한 발, 코로나바이러스 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자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 나를 침범 할지 모르니 두렵다. 두려움은 겁이 나거나 마음이 몹시 꺼려 불안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런 불안이 자라고 그 불안요소들이 점점 커지면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임에도 거짓 정보들로 하여금 사회를 더욱 불안 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거짓 정보들이 쏟아지는지! 근거 없는 글들로 하여금 공포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건강한 생각으로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해가며 서로에게 상호적인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바이러스 지옥 최전방에서 답답한 방역복을 입고 불편한 가운데서 그들과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 역시 내 부모요 자식이고 형제자매다. 상호 보완적으로 확진자는 더욱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하며, 일반 개개인 역시 철저한 위생관리로, 이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사회,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난관을 극복 할 수 있는 것이다.

갑갑한 마음에 산책을 나섰다. 도심 아파트 울타리에 수종은 잘 모르겠는데, 가느다란 가지를 따라 잎눈이 터지기 시작했다. 막 터져 나오는 연록의 순들이 너무도 앙증스러워 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스크를 벗고 끼었던 장갑도 벗고 가지를 붙잡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아직도 털옷을 입고 있는데 얘는 단단한 벽을 뚫고 이 추운 날! 맨 얼굴로 왔네. 그래 봄은 오는데. 아니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데…… 곧, 우리에게도 봄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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