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제천·단양주재 국장] 옛 서당 습속에 삭월(朔月)이 되면 자신의 매를 마련해 스승에게 바치는 학풍이 있었다. 

이때가 돌아오면 아버지는 산에 가서 자식이 서당에서 맞을 매를 정성껏 마련한다.

매를 마련해 오면 어머니는 밤에 아버지가 잠든 틈을 타 몰래 조금은 약한 매로 바꿔친다.

이처럼 옛 서당에는 내가 맞을 '매'를 마련해 갔다. 

본인이 마련해간 매는 공부를 마칠 때까지 서당에 보관한다. 

부모들은 가끔씩 서당을 방문해 보관 중인 자식의 매를 확인한다.

매가 닳지 않고 있으면 부모는 서당 훈장에게 자신의 자식에게 매질하는 초달(楚撻)이 없음을 섭섭해 하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모진 과정을 겪으며 과거를 보는 과장(科場)의 문장이 뛰어나면 삼십절초(三十折楚)의 문장이요, 오십절초(五十折楚)의 대구(對句)라고 했다.

'서른과 쉰 자루의 매가 꺾이도록 종아리를 맞아야 얻는 글'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교육방식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조상들은 체벌을 통해 맘속에 깃든 악의 요소를 제거하는 행위로 악지를 뺀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떤 사회의 가치관이 요구되는 이치에 위배되는 무리(無理), 곧 그 악지를 빼는 교육적 의미로 체벌이 일상화 됐던 것이다.

악지를 빼는 체벌은 어린이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어른에게도 일상화 돼 있었다. 

백발 노모가 늙은 아들의 종아리를 쳐 악지를 빼는 일쯤은 법도 있는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악지를 빼는 것과 가풍과 효에 대한 철학으로 부모들이 매를 들었던 것이다.

매를 맞은 자식이 울면 부모는 "다 큰 것이 참지 못하고 우느냐"고 꾸짖었다.

하지만 자식은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다. 

매질하는 노모의 기운이 예전과 같지 않고 약해진 것에 대해 서러워 울었던 것이다. 조선 인조 때 영의정 홍서봉은 23세에 문과에 급제한 후 예조, 병조판서, 대제학과 우·좌의정을 지낸 당대 정치인이다.

그의 가문는 증조부 이후 9대가 대과에 급제한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홍서봉이 세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서른아홉에 과부가 된 어머니 유(柳)씨는 아들이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회초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가 과거에 급제하고 어머니께 절을 올리자 어머니는 장농 속에서 비단보자기를 꺼내 놓으며 "너를 키운 것은 내가 아니라 이것이다"며 보자기를 열자 거기에는 피 묻은 회초리가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전국 확산으로 경제활동은 물론 일상이 정지되며 전 국민이 패닉에 빠졌다.

최초 발생 당시, 정부는 세계 최고의 방역대응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청와대도 '코로나 사태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며 큰소리 쳤다.

하지만 5일 현재, 5766명의 확진자와 39명이 숨지면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관료들의 정제되지 않고 고민 없이 내뱉은 발언은 국민들에게 분노까지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감염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한국인들 때문'이라고 주장해 대구·경북 도민들의 아픈 가슴에 비수까지 꽂았다.

세계 1위 반도체 생산국가인 한국이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온 국민이 '마스크 구하기 대란'이 일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우리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며 큰소리치더니 이제 와서는 마스크 수입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급기야 지난 4일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10년 전, 모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대물'이 떠오른다.

아나운서 출신 여성대통령을 주제로 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말 안 듣는 정치인들에게 국민 여러분이 사랑의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며 눈물로 국민들에게 호소하던 장면이 새삼 가슴을 짓누른다.
지금 이 사태에서 회초리를 들고 싶은 국민이 어디 하나 둘 이겠나?

일상이 정지된 암울한 현실에서 삶이 어려운 서민과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제발 '그 입'들을 닫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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