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청일보 사설] 우리 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리고 일본이 이에 대해 무역 보복 등을 하며 안 그래도 최악인 한·일 관계가 더 수렁에 빠지게 생겼다.

아베 신조 총리는 최근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이달 말까지 한국발 입국자를 2주 간 격리하고 일본 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도록 했다.

무비자 입국도 금지했다. 오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여기에는 중국인도 포함되고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달렸으나 사전 예고나 상의 없는 일방적 조치였다.

우리 정부도 일본인에 대한 비자 면제 정지와 함께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중단하는 '맞불'을 놓았다.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여행자제로 상향하고 일본이 이·착륙 공항을 제한한 데 대해서도 추후 비슷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

외교가는 대체로 일본의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대응 부실로 자국 내 여론이 악화하며 오는 7월로 예정된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에 빨간불이 켜지자 둔 초강수라고 분석한다.

최근 일본은 자국 내 감염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미국 CNN에 감염자 수를 3000명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으나 일본 학계 일각에서는 1만명이 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강화 요구엔 귀를 막은 채 최근 확진자 급증세가 꺾인 한국과 중국에 빗장을 걸어버린 아베 총리의 이번 조치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일본 정부가 사전 협의 없이 한 부당 조처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곧바로 이날 오후 상응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방역을 세계가 호평하고 확산 방지 노력이 성과를 보이는 시점에서 보이는 일본의 이런 태도에 방역 자체보다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하는 것 같다.

아베 총리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을 방패로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금지한 나라가 100곳이 넘은 마당에 유독 일본만 삐딱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하지만 제반 상황을 볼 때 소위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일본의 이같은 조치가 다른 주요 국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더욱 심각하다.

특히 경제 의존도가 높은 미국이, 안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비슷한 행동에 나서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진짜 '고립'될 위험에 빠진다.

이미 관광산업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업계가 빈사 상태에 빠진 데다 노선이 줄줄이 폐쇄된 항공사들도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국내 기업인들의 출국과 해외 바이어들의 입국이 막히면서 기업의 세일즈나 투자 활동도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상황 종식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정부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외 비즈니스가 원활해지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국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수출 중소기업이 좌초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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