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미증유의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마스크 문제다. 공급이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하여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나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공적 마스크까지 등장하였다.

공적 마스크는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서 나라에서 직접 개입해서 비교적 저렴하게 마스크를 판매하는 것이다. 차량 5부제와 같이 요일별로 생년(生年)에 맞춰 구입하는데, 지난 주말 무렵에는 급하게 필요한 모든 사람이 약국 앞에서 장사진(長蛇陣)을 쳤다.

홈쇼핑으로 구매하여 보려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영쇼핑을 찾았다. 우선 회원 가입을 하고 마스크 판매할 때를 눈이 아프도록 지켜보았다. 방송 시간대를 공지하지 않고 게릴라식으로 운영한다는 말에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다. 어렵사리 마스크 방송을 보며 전화하니,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니 다음에 이용하라.”고 한다. 계속 눌러대도 통화가 안 된다. 나중에는 아예 전화도 받지 않더니, 10분 만에 마스크는 끝났다고 하며 다른 상품 쇼핑으로 넘어갔다. 몇 번 헛수고를 한 후 ‘무슨 묘수가 없을까?’ 고심한 끝에 회원 정보에 아내 전화도 추가해놓았다. 그 후에도 학수고대하다가 둘이 전화를 눌러대도 연결이 되지 않아 화가 났다. 게릴라 형태의 방송·전화 주문으로 고연령층을 배려했다는데 고려는커녕 꼭 농락당한 느낌이다. ‘무료로 주는 것도 아닌데….’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기 전인 지난 금요일, 찾아간 약국마다 ‘공적 마스크 없습니다.’ 라고 씌어 있어 문의하니, ‘마스크 언제 들어올지 모릅니다.’한다. 공급 시간과 물량이 불분명하다 보니 이런 말을 반복하고, 손님의 항의를 듣곤 한다. 더 멀리 있는 약국으로 가니 긴 줄로 서 있기에 뒤에 가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려 가까스로 두 장을 사서 그래도 다행이었다. 내 뒤에 서있던 수십 명은 허탈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기억조차 아련한 몇십 년 전 석유파동 때 등유를 사려고 줄 서서 고생했지만 마스크를 사려고 백여 명씩 몰릴 줄이야….

화요일(10일), 생년 끝자리가 ‘2’인 아내가 마스크를 사러 갔다. 그날 못 사면 일주일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며칠 전 11시에 샀던 약국으로 간다고 10시에 나가더니, 두 시에 오라고 한다며 그냥 왔다. 1시에 또 나가더니 두 시간 이상 걸려 2장을 사오며 한숨을 쉬었다. 봄비까지 맞으며 힘겹게 기다리느라 한 장을 사용했다고 하면서. 금요일에 가서 장시간 줄을 설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 부아가 뒤집힌다.

경제학의 수요공급 법칙이 요즘 피부에 와 닿고 온갖 상념에 젖는다. 오래 전에 백두산 관광할 때처럼 길게 줄을 서 예민해도 새치기하는 사람은 안 보이는 질서 의식이 기쁘다. 나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를 양보하는 ‘나는 OK, 당신 먼저’ 운동에 참여하고 싶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3월 12일 0시 기준, 총 누적 확진자수는7869명이며, 333명이 격리해제 되었지만 66명이 사망하였다니 안타깝다. 전날보다 확진자가 114명 늘어 점차 적어지고 있다니(11일 0시 기준은 +242명) 불행 중 다행이지만, 모쪼록 하루속히 종식되어, 갖가지 봄꽃의 향연 속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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