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남쪽 청매화마을에 꽃소식이 전해지자 시샘하듯 우리 동네도 목련이 다소곳이 꽃잎을 연다. 산수유도 시끄러운 이 공간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어느새 봄이라는 계절은 우리 곁을 찾아왔다. 그러나 우린 사람들을 멀리 해야 하고 마스크로 입을 막아야 한다.

답답한 일상을 제치고 봄을 찾았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 마시고 싶었다. 두 팔을 하늘 끝까지 펼쳐 올리고 가슴을 활짝 열고 싶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나선 길에서 또 다른 적을 만났다. 희뿌연한 미세먼지가 당당하게 앞을 막아선다.

그 틈새에 목련은 우아하게 피어 미소를 짓고 산자락에 여린 초목들도 연록의 입술을 뾰죽이 내미는데 벗고 싶었던 마스크는 벗지 못했다. 눈으로 마음으로 봄 길을 마중하고 오는 길은 그런대로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봄은 왔지만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로 인해 혼란스럽다. 마스크 한두 개를 마련하기 위해 약국이나 농협마트 앞에서 줄을 서야 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줄을 서서 기다려서라도 마스크를 구입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조차 쉽지 않으니 요즘은 마스크를 찾아 삼만리다.

여기저기 헤매다보면 결국 허탕을 치거나 겨우 한 장이라도 건지면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마스크를 한 개도 구입 하지 못했다. 다행히 미세먼지로 인해 전부터 사용해 왔기에 준비 된 것이 몇 개 있었고 ‘이제 곧 바이러스도 조용해지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의 역습이 마스크 재앙까지 불러 올 줄 몰랐다.

평온했던 일상들이 어지럽다. 꼭 만나야 할 일로 지인을 만나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대화를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조차 서로 악수도 하지 않는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악수를 하게 되면 주머니에 준비해 두었던 손세정제를 꺼내 서로에게 건네며 손을 세정하기도 한다. 참으로 기이한 풍경이 되었다. 지금 이 상황을 두고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 하는 길 뿐이다.

젊은 엄마가 아기의 입에 마스크를 씌우고 산책을 나왔나보다. 저 어린 아기는 자라면서 어떤 추억을 간직하게 될까? 이제는 마스크 없이 살아 갈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이 되었다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문득 고향의 봄 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맑은 공기, 푸른 하늘, 청정하게 흐르던 개울물이 있던 고향으로 돌아가고파!

불과 얼마 전에 사라진 고향이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대형 마트가 들어서고 포장 된 도로가 생겨나고 자동차들이 그 곳에서 굉음을 지르며 달려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마스크를 쓴 채, 엄마 손을 믿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가에게 절대 보여 줄 수 없게 된 청정했던 고향의 봄이 되었다. 얼마나 공기가 맑고 깨끗했었는지, 개울물이 얼마나 청정했던지, 아빠, 엄마는 그렇게 좋은 곳에서 자랐다고 아기가 자라면 말해 줄 수 있을까?

우리의 봄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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